"글쎄 대통령 될 사람이, RE100이나 이런 거 뭐,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4일 대선토론회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RE 100'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 3일 대선후보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문에 "RE 100가 뭐냐"라고 되물었다.
'RE 100'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두고 또 한번 대통령 후보 자질 논란이 이어지자 윤 후보는 지난 4일 "대통령 될 사람이 모를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단편적인 상식은 몰라도 된다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RE 100'를 모르는 것을 마치 삼겹살 가격 모르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국제적 차원에서의 재생에너지 활용 캠페인인 'RE 100'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경제 흐름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다. 삼겹살 가격을 알지 못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단순히 모른다고 넘길 정도로 사소한 문제도 아니다.
RE100을 모른다? 삼겹살 가격 모르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
'RE 100'(Renewable Energy 100)는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것을 선언한 국제적 캠페인이다. 캠패인은 지난 2014년 국제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개최한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됐다.
'RE 100'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애플과 구글은 각각 2018년, 2015년에 재생에너지 100% 이행을 달성했다. BMW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활용률 10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고, 월마트와 알리안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현재 3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RE 100'는 한국과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RE 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와 SK그룹 8개 회사가 'RE 100'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에너지공단 등 기관들은 향후 'RE 100'에 따라 국제 경제 질서가 재편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에 대한 무역 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의 처지에서 'RE 100' 참여는 생존의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8년 11월 보고서에서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볼 때, 향후'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및 글로벌 이미지 등을 결정하는 국제무역규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미진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해외 거래 중단 및 글로벌 불매 운동 등의 수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너지공단도 'RE100 국내외동향' 자료에서 "기후변화대응과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조석한 제도 도입과 함께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보급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RE 100'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RE 100'는 차기 정부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참담하다, 함량 미달의 후보"
논란이 계속되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장학퀴즈식 단편적인 지식은 중요치 않다"며 윤 후보를 두둔했지만, 'RE 100'는 단편적인 지식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라면 당연히 알고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주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히 RE100을 몰랐다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렇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과 관심이 없어서야 어떻게 화석연료 의존적인 한국경제를 유럽, 미국 등 국제수준에 맞추어 변화시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 보좌진이 참여하는 익명 SNS 계정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국민의힘 보좌진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본인이 화두를 던져온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RE100의 기본개념조차 알지 못해서 'RE100이 뭐죠?'라고 되묻는 등 함량 미달의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참담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