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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은 국내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 이후의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초라한(?) 결과를 내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열심히 경기에 임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고, 선수들 또한 승리에만 몰두하던 예전과는 달리 최선을 다한 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엘리트 스포츠를 지향하면서 결과에 치중하던 선수와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본다.
 
 임남규가 6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루지 싱글 3차 레이스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임남규가 6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루지 싱글 3차 레이스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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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오늘 아침 조간 뉴스 가운데 눈 뛴 기사 제목이 있었다. '34명 중 33위? 루지 임남규에게 올림픽은 기적이었다'(CBS 노컷뉴스)이다. 루지는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고,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선수층 또한 극히 얇다 보니 임남규는 은퇴 후 다시 복귀했다.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성적과 관계없이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우리 국민들, 결과인 성적만으로 울고 웃는 엘리트지향 스포츠가 점차 퇴색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돌아보면 필자가 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약소국의 설움을 떨쳐준 것이 스포츠 분야이다. 1970년대 프로스포츠라 하면 복싱과 레슬링 정도가 전부이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복싱의 김기수, 레슬링의 김일 선수가 미국과 일본 등의 세계적인 선수와 싸워 승리하면서 세계챔피언이 됐을 때 온 국민들이 열광했다. 특히 김일 선수가 일본의 거구 선수를 박치기 한방으로 제압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통쾌함이 올라왔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때 그 시절로부터 최근까지 일부 우수한 선수들 양성 위주의 엘리트 체육정책이 성과를 내어온 것은 사실이다.
 
스포츠 분야처럼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주의 즉, 엘리티즘(Elitism)을 시사경제용어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엘리트들이 사회의 높은 계층으로서 권력을 독점하고 지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소수의 엘리트들이 사회나 국가를 지배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믿어 대중의 의견은 묵살한 채 엘리트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프레시안>의 2월 6일 치 기사(TV토론회 최대 수확 '알이백'과 '택소노미', 그리고 윤석열의 '그린 워싱', 박세열 기자)를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나온 대화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알이백(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과 EU택소노미(EU Taxonomy, EU 녹색분류체계) 이야기다.
 
이재명 :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 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갈 건가?
윤석열 : EU 뭐란 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
이재명 : 지금 그럼 RE100은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윤석열 : RE100이 뭐죠?

토론회에서 벌어진 사안을 두고 민주당은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느냐"고 비난하고, 국민의힘은 "모를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하나는 원전 문제고,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문제라 두 가지가 다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일반에게도 생소한 단어와 개념을 불쑥 던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두고 '엘리티즘'이라고 비난한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고 할지언정, '알이백'이라는 단어 사용을 문제삼는다면, 기후위기 용어는 곧바로 '엘리티즘 프레임'에 갖힌다.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 관련 용어가 '엘리티즘 프레임'에 갖히고, "대통령 될 사람이 RE100 이런거 모를 수도 있는거 아닌가(윤석열 후보)"라고 하는 태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토론회를 퀴즈쇼 처럼 활용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맞지만, 모르는 걸 당당해하는 것은 더 문제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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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티즘과 RE100은 결이 다른 문제이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 지도자 위치이다. 언론을 통해서 소개되는 백악관 백브리핑 장면에서 많은 기자들로부터 쏟아지는 지구촌 곳곳의 문제들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응방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적어도 미국대통령이라면 어떤 식견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과거는 흘러갔다.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당당히 G7반열의 위상을 갖는 나라가 되어 지구촌 선도국 위치가 됐다. 세계적인 대전환의 시기에 G7을 넘어 G5로 도약하려는 국가의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어떠한 전문성과 다양한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할까?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한 달 뒤 3월 9일 국민들은 알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상우씨는 국립안동대 교수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입니다.


#20대 대선#RE100#엘리티즘#동계올림픽#루지 임남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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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있는 국립안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균형발전 및 지방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스타일입니다. 전공과 관련하여서는 산업 및 경제 분야의 기사들을 눈여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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