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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펼쳐진 한일 외교전에서 한국은 사실상 패배했다!'

우연히 집어 든 이 책의 뒤표지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별로 공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런 도발적인 문구가 도출되었는지, 그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넘기게 되었고,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읽은 후의 소감? 이제는 그 문구에 동의하는 입장에 가깝다. 
 
<신냉전 한일전> , 길윤형, 2021  .
<신냉전 한일전> , 길윤형, 2021 . ⓒ 생각의힘
 
책의 저자는 일본 특파원 출신으로 한일관계에 빠삭한 한겨레 길윤형 기자이다. <신냉전 한일전>은 위안부 합의 무력화부터 지소미아 철회에 이르기까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시기에 있었던 한일갈등을 생생하게 복기한다. 그리고 동시에 한일이 충돌한 배경이 된 한반도 이슈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그런 점에서 <신냉전 한일전>의 관점은 한일 관계를 양국 사이의 갈등에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신냉전 체제'라는 동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변화에 바탕을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 한국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만으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려는 '현상변경' 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사를 극복하고 한미일 동맹을 공고화하려는 '현상유지' 전략을 고수했다.

이런 외교전략상의 마찰은 '일제의 만행이 실재했고 그에 대한 역사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인식을 넘어 '현재 동아시아 정세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 근거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하노이의 실패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누가 옳고 잘났는지에 관한 가치판단에 근거하지 않고, 지난 5년간의 숨 막혔던 외교 현장을 냉철하고 생생한 시각에서 서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백 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 나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혹은 그 나무를 베는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지난 과거를 톺아봤을 때 일본을 패싱 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해가 없는 다변수 방정식'의 정답을 구하겠다는 일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물론 나도 과거사 앞에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한다. 또 여느 나라와 상관없이 남북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현실외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국면'이란 게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있었던 때와, 2019년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한 지금의 시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우리는 그 시대적 차이를 읽어야 한다.  

2022년. 북핵 위기는 여전히 풀리지 못했고, 한일은 진퇴양난의 악감정에 얽혀 있으며, 신냉전 체제 하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새로운 전선과 군비경쟁이 드리워지고 있다. 다음 시대의 리버럴, 진보세력은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멸콩'을 외치는 반공주의와 토착왜구를 외치는 민족주의의 세계관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외교 포퓰리즘'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경제안보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새판 읽기'가 필요하다. 그런 '현실적 새판 읽기'를 시작하는 데 있어 <신냉전 한일점>은 중대한 쟁점을 던지고 있다. 

신냉전 한일전 -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에 마주한 결정과 갈등과 대립의 순간들

길윤형 (지은이), 생각의힘(2021)


#외교#일본#한반도 #평화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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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생. 영화와 예술에 대해 떠들기 좋아하는 시네필. 두 정체성 사이 어느 지점에서 글을 써보려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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