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지 말라고, 국민 여러분들이 동의해서 만들어준 인상요금이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327원의 요금 인상액 중 76원만 택배기사들 처우 개선 용도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251원은 자신들 이윤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으로 따지면 5000억 원이다."
49일째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파업을 이끌고 있는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위원장이 14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향후 투쟁 계획' 발표 회견에서 "정말 억울하다"면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진 위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는 걸 누가 뭐라고 하냐"면서 "다만 이(요금인상) 금액은 택배노동자들이 스물두 명이나 죽어나가면서, 근로 요건을 개선해 더 이상 죽지 말라고 국민들이 동의해서 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 피 같은 돈을 자기들 이윤으로만 사용한다.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28일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소속 1500여 명 노동자들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언론을 통해 "택배비 인상분의 50%가 택배기사의 집화 및 배송 수수료로 배분되는 만큼 노조가 주장하는 사측의 초과 이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정부 방침대로 다 이행했다. 노조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지난 10일, 진 위원장을 비롯해 택배노조 조합원 200여 명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현재 본사 내부 1층과 3층을 점거하고 닷새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13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한다. 불법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사측은 택배노조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진 위원장 말대로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까지 일하다 죽은 택배노동자는 20여 명이다. 대부분이 대표적 과로사 증상인 심근경색과 뇌출혈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했다. 이에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등 국내 상위 4개 택배사는 2021년 6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마련한 뒤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 작업'에 대해 택배사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이를 토대로 택배요금도 함께 인상했던 것.
이날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거짓주장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15일부터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전원이 무기한 상경 투쟁을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또 "21일에는 우체국·롯데·한진·로젠택배 등 쟁의권을 보유한 택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하루 경고 파업을 실시하고, 택배 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는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본부 조합원들의 생계 지원 등 투쟁자금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