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참여 여부가 대선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김씨가 거래했던 신한금융투자(주가조작 동원 혐의를 받는 계좌)를 비롯해 대형 증권사들은 '주문 대리인 계좌'일 경우 매월 초 매매 내역을 실제 계좌 주인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을 2010년 당시 이미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가 조작 '선수' 이씨의 이상한 매수 사실을 김씨가 증권사의 통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일관된 주장은 김건희씨가 자신의 신한금융투자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에도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김건희 대표는 (주가 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씨에게 계좌를 일임한 후 구체적 매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월 증권사의 통보를 받고 있었다면 상황을 전혀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계좌 주인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은 현재도 운영중인 중요한 안전장치다. 2010년 이전부터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해왔던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웬만한 대형 증권사들은 주문 대리인 계좌로 지정된 건에 대해 계좌의 실제 소유주에게 거래 내역을 보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10월에 대리인이 지정된 계좌에 대해 월간 매매 내역을 계좌주에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문 대리인 계좌 악용 사례가 발생하자 이미 대형 증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모든 증권사로 확장하는 조치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선수 이씨는 김건희씨 계좌를 일임받은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영업점단말'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를 주문했다. 영업점단말을 통해 주문했다는 것은 이씨가 김씨 대신 증권사로 전화해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넣었다는 뜻이다.
김씨 대신 이씨가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넣기 위해서는 사전에 김씨가 이씨를 '주문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이를 증권사에 알렸어야 한다. 실제 국민의힘은 김씨와 선수 이씨가 해당 기간 일임매매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김씨의 신한금융투자 계좌는 '주문 대리인 계좌'로 매매 내역을 계좌 주인에게 통보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당시 이씨의 투자 행태는 보통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 전문가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씨는 2010년 1월 12~13일과 25~29일 등 불과 7일만에 도이치모터스 한곳에 소위 '몰빵'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통보로 투자 대리인 이씨의 상식을 벗어난 투자를 알았음에도 계좌주인 김씨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원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는 수수료가 든다. 수수료도 꽤 크다"며 "별도 포트폴리오를 짜지 않고 도이치모터스만 매수하기로 했다면,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 받은 이씨도 김씨에게 (일임) 수수료 받기가 민망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