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7%(전체 의료기관 3937곳 중 224곳)으로 OECD 평균 52.4%의 약 1/10 수준이고, 공공병상 비중 10.2% 역시 OECD 평균 71.4%에 크게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해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대다수의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진료를 꺼리는 동안 소수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진료를 도맡았습니다. 이른바 '공공병원 쥐어짜기'로 인해 공공병원이 마지막 보루였던 의료취약계층이 의료공백 상태에 방치된 것은 물론, 확진자 수가 조금만 증가해도 병상부족 위기가 발생하여 취약계층이 아닌 시민들도 병상부족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의료현장에서는 특히 간호인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력부족이 큰 문제입니다. 병상이 있어도 인력이 부족해 가동하지 못하는 허수 병상이 많고, 높은 이직률로 인해 숙련된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간호사 처우개선이 시급합니다.
또한 현 정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건강보험 보장성도 여전히 낮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나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비싸고 보장율은 더욱 낮으며, 오히려 비급여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영리병원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완화, 개인의료정보 상품화 등 의료영리화가 계속 추진되어 기업 이윤을 위한 생명 안전 위협이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시적 감염병 시대에 걸맞은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보장 강화, 의료영리화 중단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약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별 공약 평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재명 후보가 70개 중진료권 별로 공공병원 1개 이상 확보(24개 공공병원 신축) 등 공공병상 확대를 제시한 점은 환영할만 합니다. 다만 현 10%인 공공병상을 약 12%로 늘리겠다는 수준이라 감염병·기후위기 등 상시적 재난 대비를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고, 공공병상 확충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나 공공의료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공약도 부재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역공공간호사제'는 처우개선 없이 배출확대와 의무복무 내용만 담겨 도리어 간호사 처지 악화가 우려됩니다. 의대 증원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규모나 공공의료기관 근무를 담보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됩니다.
국민들의 간병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확대 공약은 매우 바람직하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목표 수준 제시 없이 세부 항목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나 급여범위 확대만 제시한 점은 아쉽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바이오헬스산업 규제완화, 기업들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적용, 규제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확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 비대면 진료 등 의료영리화⋅산업화 추진 공약을 대폭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샌드박스는 그간 보건의료 영역에 적용되어 영리화·규제완화의 수단이 되어왔고, 정부도 이를 통해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허가하고, 기업을 위한 원격의료나 무분별한 유전자검사 시장화를 부추겨왔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되고 부적절한 공약입니다. 또한 건강보험을 무력화하고, 실손보험 회사의 편의를 봐주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윤석열 후보는 공공의료 확충 공약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시기에 대형민간병원 분원 설립을 의료 취약지역 대안으로 제시하고, 공공병원 위탁운영 확대라는 되레 공공병원의 역량을 약화시킬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코로나19 등 필수의료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정책수가'제도 역시 민간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줘서 해결한다는 발상으로 오히려 민간의료 중심 체계 고착화가 우려되는 공약입니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공약은 매우 추상적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아 미흡합니다. 민간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윤 후보는 의료정책 전반에 걸쳐 인센티브 제공을 해법으로 내놓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코로나19 등 비상상황'에 필요한 의료인력도 '가산수가'로 유인하겠다고 하는데, 의사인력은 인센티브 제공으로 공공의료 종사 유인이 되지 않음이 이미 수차례 입증된 바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일부 항목의 급여화만 약속하여 체계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모든 규제를 혁파'를 내세우며 생명·안전 규제완화를 시사하고, 원격의료에도 찬성하는 입장으로, 의료 영리화 산업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확인되어 우려가 됩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가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병원 설치, 공공병원은 500병상 이상의 규모로 설립을 약속하며, 공공병원 설립의 제도적 걸림돌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제시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위기 수준에 비춰서 충분한 약속은 아니고, 공공병상을 5년 내 최소 20%까지 늘릴 수 있는 공약이 요구됩니다. 심상정 후보의 의료인력 확충 공약은 바람직합니다.
후보들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 보장률 80%를 제시하고,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건강보험 국고지원 30% 확대, 등 건강보험 전반의 보장성 강화를 약속하고, 민간의료보험을 규제하여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성을 보호를 제시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한 지불제도 개편, 혼합진료금지와 같은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치료효과가 없고 비싼 영리적 치료행위와 의료기기 의약품 퇴출에 찬성하고 수도권 대형병원 증설을 억제하자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의료 산업화·영리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심 후보는 건강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국민건강부'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를 개편해 보건분야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안으로, 현재 보건분야의 공급자 중심의 정책 편향성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 등으로 부처 개편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 자세한 내용 보러 가기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여 대선에 공동대응하고 있는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의 이슈리포트 <20대 대선 복지·노동 분야 공약평가 이슈리포트>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