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진, 삼천, 강릉과 영월 대구 달성산불 등으로 인해 전 국민의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7일 오전까지 1만 6755ha의 산림 피해를 예측하면서도 현재까지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산불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발생하는 산불은 국토를 황폐화 시킬 뿐 아니라 소중한 산림 자원을 일순간에 파괴해버리는 대재앙이다.
산불은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번 파괴된 산림은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산불은 우리가 산림녹화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단 며칠 만에 모든 것이 파괴해버린다. 이러한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산불과 같은 재난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는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정책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산불에 대한 예방 대책은 보이지 않고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피해자 지원대책만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후약방 정책이 산불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매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차와 민관을 동원해 산불을 진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산은 평지와 달리 매우 험악한 자연환경으로 소방차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산불진압에 동원되지만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산불에 가장 효율적인 대응은 헬기에 의한 진화방식이다. 하지만 이 또한 물을 나르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효과적으로 산불 진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대재앙과 같은 산불은 조기 진화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이다. 매년 발생하는 산불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를 위한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며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산림청과 소방청은 국토의 산림에 대한 '산불방지 저지선'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산불방지 저지선은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청과 산림청이 어떻게 초기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 메뉴얼이다. 군사 작전에서도 전쟁에 대한 전시 작전 메뉴얼이 있듯이, 산불 진화도 전쟁처럼 대응 메뉴얼이 있어야 한다. 산림의 지도를 통해 일정 지역에 산불이 발생하면 어떻게 조기 진화에 대응하고 산불 확산 방지선을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둘째, 산의 지형을 고려하여 산정상에 인공호수와 같은 '담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산불이 나면 정부와 소방본부는 헬기를 이용하여 물을 뿌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헬기는 산과 같은 지형에 가장 효과적인 산불 진화방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진화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헬기는 물을 담기 위해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산불은 그 시간 동안 더욱 큰 면적으로 확산해 버린다.
산불이 바람을 동반하면 엄청 빠른 속도로 산불의 범위를 확신시키기 때문에 헬기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산불의 초기 진화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헬기가 먼 거리를 이동하여 물을 담아오는 시간을 절약하고 즉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담수시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담수시설은 산의 지형을 이용하여 적정한 규모로 설치하여야 한다. 담수시설이 중요한 것은 우기에 많은 물을 확보하여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산불을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기의 물을 저장하여 건기에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담수시설을 이용한 '산불 저지 소방설비'의 배치이다.
산불이 나면 지형 때문에 소방수의 접근이 어렵고 물을 구할 수 없다. 특히 소방차가 산으로 진입할 수 없기에 인력을 이용하여 산불은 진화하려 하지만 이는 역부족이다. 만약 산불저지선에 따라 담수시설을 중심으로 소방 호수가 산 정상부근부터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산불 진화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담수시설은 산불진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산의 규모에 따라 산불 확산 저지를 위해 '산불 확산 저지구간'을 만들어야 한다.
산이 넓다고 모든 공간을 빽빽하게 나무를 심기보다 적정구간을 산불 확산 저지구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 번의 산불이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 모든 산을 불태워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불 확산 저지구간을 적절하게 할당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산불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 산불 확산 저지구간에 물을 흘려보낼 수로가 있다면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산불 확산 저지구간이 있으면, 인력을 투입하여 산불 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산불로 인한 소중한 산림 자원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효과적인 정책을 실현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와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가 있으며, 건축 전문서적으로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한,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철학의 위로'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