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지난 4일 시작된 동해 및 울진의 산불 피해 현장에서 동물 구호 활동을 진행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대형 산불로 수많은 산림과 가옥이 불에 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해재난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의 안전은 배제되고 유예되기만 한다. 동물에 대한 재난 대책의 필요성은 재난재해 상황마다 지적되어왔으나 반려동물이 함께 입소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이 없으며 정부 차원의 안전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탓에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여러 동물 단체와 시민들이 공공적 개입의 부재를 메우고 있다.
동해와 울진에서 2019년 고성 산불 당시처럼 재난 속에서 어떠한 안전지대 없이 내몰린 존재들을 만났다.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현행 지침으로 마당에 덩그러니 묶여있거나 떠돌던 개, 까맣게 타 죽은 동물을 마주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불 피해 현장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피해 동물 구호 활동 및 산불 피해 동물에 대한 긴급 치료비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울진 및 동해 대피소와 마을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드리자 도움을 요청하는 몇몇 이재민분들이 있었다.
사회적 약자와 비인간 동물에게 재난의 고통은 더욱 가혹하다. 대피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이들과 피해조차 호소할 수없이 몸이 묶인 존재들. 특히 몸에 가격이 붙여지고 결제되는 존재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축산화에 가둬진 농장동물들은 생명이라는 인식보다 '식용', '재산'으로 인지되며, 재난으로 인한 이들의 죽음은 오로지 재산 피해의 숫자로 집계될 뿐이다.
이들은 재난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도살장으로 향해야 할 운명을 진 채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은 산불과 같은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되며 생존을 위협받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재난 시 동물 대피 의무 동물보호법·재해구호법 개정안 2건을 발의했다. 재난 시 동물의 안전을 위한 법적 기초 마련과 재난관리 체계에서 동물들이 보호 대상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는 현행법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발의였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2024 동물복지 종합 계획에 재난에 대비해 반려동물 대피시설 지정, 대피 가이드라인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계획에만 머물고 있으며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또다시 울진의 대규모 산불을 마주했다. 동물에 대한 돌봄 정책의 부재와 공백은 결국 비극을 부를 뿐이다. 동물자유연대는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지진, 화재 등의 재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동물을 위한 재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사회에 피력해왔다.
2019년 고성 산불 1주년에는 '재해재난 대비 반려동물 안전망 구축' 세미나를 개최해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동물보호법, 재해구호법 등 어디에도 재해재난 시 동물 구조∙보호에 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해구호법상 △동물 구호 물품 제공 △임시 동물 대피시설 마련 △재난 시 동물의 구조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재난 앞에서 동물의 고통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계획만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 마련과 현행법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재난과 제도를 연결 짓는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동물에게는 재난도 대책도 평등하지 않다. 동물이 배제되지 않는 안전지대가 마련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약자, 나아가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울진 산불 피해 현장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재난 이전의 삶으로 어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이민주 활동가입니다. 해당 글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온이야기] 게시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