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급증, 코로나로 공교육 무너진 탓
작년 사교육비 역대 최대, 공교육 정책 실패 의미
사상 최대 사교육비, 갈 데까지 간 '공교육 불신'
부족한 비대면 학교 수업이 사교육비 상승 불렀다
지난 달 11일,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른 관련 보도 제목들 중 일부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였으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0년보다 21.5% 증가해 이 또한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통계 결과는 사교육비 지출의 증가만 나타내고 있지만, 이를 보도한 많은 언론들은 하나같이 공교육 실패를 함께 거론했다. 사교육비 증가는 곧 공교육 탓이라는 식이다.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한 근거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교육과 공교육을 시소 관계처럼 인식하는 게 합당할까?
공교육 질이 나아지면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까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25만 6000원, 2017년 27만 2000원, 2018년 29만 1000원, 2019년 32만 1000원으로 증가 추세였다. 2020년에 30만 2000원으로 줄었으나, 이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로 학원에 보낼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2020년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그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2021년은 36만 7000원으로 통계청이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하나, 다시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증가 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사실의 전달이라고 하나, 자극적이고 편향된 해석의 표현일 수 있다.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보다는 오해를 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것도 2020년의 일시적 감소세가 있었기에 그동안의 경향성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증가의 원인이 공교육 부실이라면, 해마다 증가해온 사교육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공교육은 항상 부실했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개선되지 않은 채 위기로 이어졌다고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면, 공교육의 질이 나아지면 사교육비 지출은 줄어들까? 또 다른 의문도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질적으로 더 나아서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걸까?
사교육 참여는 공교육을 대체하기 위함보다 보충에 더 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에게 자녀의 교육은 결국 입시로 귀결되는 경쟁 구도 속에서의 성공 또는 생존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이에 사교육은 단순한 보충의 목적에서 더 나아가 선행학습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실상 선행학습은 사교육의 주요한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교육의 질이 어떠하든 간에 학부모는 자녀의 사교육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수록 예전보다 더 예민하게 사교육을 살펴야 하는 수고로움만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사교육 시장은 어쨌거나 공교육의 빈틈을 찾아내려 애쓸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사회 속에서 경쟁의 교육이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공교육에서 경쟁 요소를 줄이려 하나, 대학입시 체제 앞에서는 그 노력들이 무력해지고 만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정책이 늘 변죽만 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교육비 문제만 나오면 근본 원인을 암묵적으로 외면하듯 공교육에 손쉽게 책임을 돌리곤 한다.
교육 방향과 사회 현실의 괴리... 우리가 살펴봐야 할 문제
공교육의 역할과 가치는 코로나19 상황에 의해 역설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학교 교육이 잠시 멈추자 연쇄적으로 사회적 기능에 차질을 빚었고, 그동안 학교 교육이 감당해왔던 부분들을 비로소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문제 상황의 해법을 습관처럼 학교 교육에서 찾았고,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전가해왔다.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신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면 학교 교육과정을 손보는 식이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성과 역량을 함양하는 과업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했다. 이에 비해 사교육의 목적과 의도는 분명하고 단순하다. 사교육은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해 특정 교과 지식 또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영리를 추구한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같이 학생을 지도한다면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교육이 공교육처럼 할 이유나 의지도 없을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동일한 목적이나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학교 교육이 단지 대학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공교육을 통해 전인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사람들도 입시의 유불리 앞에서는 쉽게 공교육을 저버리는 이중적이고 양가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의 부실로 인해 확산된다는 논리는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공교육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실상 멈춘 적이 없었다. 정책적 지원의 속도와 넓이가 현실에 닿지 않는 순간에도 당장 학생을 마주해야 했던 학교와 교사는 자체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공교육에 역할을 가중하면서 권한을 주기보다는 책임을 묻고,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신뢰를 깎는 방식으로 대해왔다.
여러 부족함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공교육은 우수한 인적·물적 시스템을 갖춘 편이다. 또한 공교육 시스템은 이미 미래 지향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공교육의 지향점을 우리 사회 구조의 현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가에 있다.
교육의 방향과 사회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공교육은 동력을 얻지 못한 채 내내 표류할 것이다. 교육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구조는 방치한 채 학교만 탓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편향된 분석에 기반한 통계 결과는 교육 문제를 호도해 오히려 공교육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