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대구동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지가 6매나 사라졌음이 드러났으나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거나 '통상적인 일'이라고 해명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자가 지난 3월 31일, 20대 대선 대구동구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상황표를 정보공개청구로 받아 살펴보던 중 전체 120매의 개표상황표 중에 신천1,2동 관내사전투표 개표상황표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투표용지 교부수(3120)보다 투표자수(3114)가 6매나 적게 나왔다. 투표용지를 3120명의 선거인에게 교부하였으나 그 중에 6명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았다는 거나 다름없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구동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계장은 "저희가 투표록과 개표록을 다 확인해 봤다. 이날 확진자와 격리자가 좀 왔는데 아마 그때 이런 일이 벌어진 걸로 추측은 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관할 상급위원회인 대구시선관위 선거과는 "이런 경우는 좀 있다. 동구선관위 관내 사전투표를 하면서 투표용지를 교부 받고 투표를 안 한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하였다. 이어 "저희도 개표하면서 이런 차이가 나면 원인 규명을 그때마다 여러 번 한다. 하지만 도저히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에는 그대로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전투표소에는 투표함 앞에 투표함을 지키는 투표관리관이 있다. 그는 선거인이 투표용지를 교부 받고 투표용지가 아닌 다른 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그대로 갖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감시 역할을 한다. 각 정당 참관인들도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지켜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거인 6명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몰래 갖고 나간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구시선관위 선거과 담당자는 "(6매 이상 차이나는 건) 특이한 사항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저희가 확인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투표사무원이 투표함을 지키고 있음에도 투표용지가 1~2매씩 사라지는 경우는 간혹 발생한다. 투표소에서 교부한 투표용지보다 개표할 때 투표용지가 더 나오는 경우, 즉 일명 '유령표' 현상도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한 선거구에서 많아야 2~3매 정도로 드문 편이다. 대구 동구 신천 1,2동 관내사전투에서처럼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6매나 없어지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찾기 힘든 사례에 속한다.
대구동구선관위의 제20대 대선 개표상황표를 모두 살펴보니 투표용지가 사라진 곳은 신천1․2동 관내사전투표소 말고도 9건이나 더 있었다. 동촌동 3투 1매, 안심1동 3투 1매, 안심2동 3투 1매, 신암1동(관내사전투) 2매, 신암2동(관내사전투) 2매, 효목 1동(관내사전투) 1매, 효목(관내사전투) 2동 1매, 지저동(관내사전투) 1매, 안심1동(관내사전투) 1매 등 모두 11매의 투표용지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대구동구선관위 선거계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표관리관과 사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동구선관위는 '투표록'과 '개표상황표'를 공개하라는 기자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개표상황표'만을 공개하고 '투표록'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급 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비공개' 처리하였다.
투표록에는 투표참관인 참관 상황, 투표상황, 특기사항 등을 기록하게 돼 있어 대구동구 신천1.2동 관내사전투의 투표지 6매 실종 건 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