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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마을 주민들이 붙여 놓은 현수막
 갓바위 마을 주민들이 붙여 놓은 현수막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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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살고 있는 갓바위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섯 달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군 사격장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더 이상 못살겠다"며 "사격을 폐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군 보령 사격장은 지난 1962년 미군 사격으로 출발했다. 지난 1981년 육군에서 인수했고, 이후 1991년 공군 방공포 사령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갓바위 마을 주민들은 미군 사격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60년 동안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갓바위 마을 35가구 중 28명이 암 투병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자는 갓바위 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은 이날도 137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천 해수욕장 한편에 있는 마을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갓바위 마을 주민들에게는 사격이 없는 날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일 뿐이다.
 
갓바위 마을 육군 콘도 앞에 설치한 천막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기자가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자 한 주민은 "영정 사진을 찍는 건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주민들의 마음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주민 A씨는 "어제도 미사일을 18방이나 쏘았다. 사격이 시작되면 몸이 떨릴 정도로 진동이 심하다"며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난청과 이명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을은 가축도 낙태를 해서 키울 수가 없다"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주민들의 피해는 미군 부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주민 B씨는 "미군 부대가 있을 때부터 60년간 갓바위 마을에 살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고생한 이야기 책으로 써도 여러 권"
 
B씨는 "미군 부대가 있을 때는 불발탄과 파편이 집으로 날아오기도 했다. 미군이 나가면 고생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국군이 들어와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우리가 고생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여러 권이 나올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악 밖에 없다. 여기서 죽어도 농성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갓바위 마을 천막 농성장. 주민들은 "영정 사진을 찍는 거냐"라고 물었다.
 갓바위 마을 천막 농성장. 주민들은 "영정 사진을 찍는 거냐"라고 물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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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 이야기가 나오자 주민들도 맺힌 것이 많은 듯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주민 C씨는 "미군부대 시절 사격을 하는 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대피를 해야 했다"며 "지붕과 마당에 불발탄이 떨어지는 일도 많았다"고 전했다.
 
주민 D씨도 "사격을 하는 날이면 아이가 놀라서 계속 울었다. 논에서 일하다가도 아이가 울면 뛰어 와서 아이를 달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다. 남은 생이라도 조용히 살고 싶다"며 "다 필요 없고 단지 부대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갓바위 마을 주민들은 미사일 요격 장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묘사했다. 주민들은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할 때 소음 피해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주민 E씨는 "밭에서 일할 때나 마당에 앉아 있어도 하늘에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또 다른 미사일이 뒤따라가서 '쾅'하고 맞춘다"며 "군인들은 그걸 보고 박수를 치며 좋다고 난리다. 하지만 우리 주민들은 그 소리에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로 놀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E씨는 "방음벽을 설치한다는 말도 있는데 하늘에서 미사일이 빵빵 터진다. 그 소리가 가장 시끄럽다"며 "하늘에서 나는 소리를 방음벽으로 막을 수가 있나"라며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마을에 와서 살아 보고 그런 소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7일 갓바위 마을 주민들의 농성이 137일차에 접어 들었다.
 지난 4월 7일 갓바위 마을 주민들의 농성이 137일차에 접어 들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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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태갑 갓바위 마을 노인회장은 "사격장 때문에 대천 앞 바다의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보령시는 대천 해수욕장을 관광지로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사격장으로 방치할 것이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양립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충남도지사, 보령시장, 공군,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며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80세가 넘은 노인들이 이렇게 나와서 고생해야 겠나. 주민들은 무기한 농성을 할 생각이다. 우리 주민들의 호소를 회피하지 말고 직접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는 4월 말쯤 주민들과 공군을 한데 모아 놓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공군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태그:#갓바위 마을 , #보령 공군 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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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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