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시절 일방적 인터뷰 무산과 오락가락 발언으로 게임계의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게임중독으로 인해 살인과 방화 등의 범죄가 일어난다'고 발언한 인물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장관 후보자 8명을 발표하며 김현숙 전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현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 후보자는 19대 국회의원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박근혜 정부)을 지낸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소속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간사로 활동하던 2013년 국정감사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전반적으로 게임에 중독된 우리 청소년들을 보면 감정조절이 안 되고 그 다음에 수면 부족이나 우울증 같은 것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심하면 폭력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는 그런 케이스가 있다. (중략) 게임 때문에 방화를 한다든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떤 가해를 입히는 이런 일까지도 발생하고 있어서 우리가 지금 정도의 예방이나 치료로 충분할지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
게임계에선 19대 국회를 '암흑기'의 한 시기로 꼽고 있다. '게임은 질병'이란 논의가 본격화되고 여러 규제가 생기면서 결국 게임산업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통과되진 않았지만 신의진·손인춘 전 의원이 게임을 마약·알콜·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포함시키고 게임사에 '중독세'를 걷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위 발언도 당시 이 같은 분위기와 맥을 함께 한다.
대선 땐 "'게임=질병' 오래된 얘기"라더니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게임계를 상대로 여러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우선 신의진·손인춘 전 의원을 아동폭력예방특보와 여성특보로 임명돼 게임계의 눈총을 샀다.
뿐만 아니라 게임계 대표 유튜버(김성회의 G식백과)에 먼저 인터뷰를 제안해놓고 이후 계속해서 확답을 주지 않는 등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게임전문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선 '게임은 질병'이란 취지로 답했다가 뒤늦게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엔 해당 서면인터뷰 답변서가 '후보 패싱'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당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김성회의 G식백과' 측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오해를 풀었고 사과도 했다"라며 "앞으로 게임 정책의 중심을 잘 잡아 게이머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신의진·손인춘 전 의원의 경우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더 강조했는데 다만 그분들의 주장은 10년 가까이 오래된 얘기"라며 "이제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우리 시각도 거기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김 후보자가 전면에 등장하며 이 같은 해명은 무색해지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 후보자를 향한 지적이 나왔다. 전용기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게임이 악의 근원인 것처럼 외치던 분을 여성가족부 장관에 앉힌다는 건 셧다운제 같은 비정상적인 정책과 게임중독세 문제를 재점화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아무리 화장실 갈 때,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지만 윤 당선인은 선거 때만 청년들 단물을 빨아먹고 끝나자마자 말을 바꾸며 국민을 기망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애초에 신의진·손인춘 전 의원을 선대위 특보로 선임한 순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청년들의 항의 끝에 잠깐이나마 말이 바뀌는 듯했으나 결국 게임중독 문제에 대한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라며 "셧다운제 폐지에 앞장섰던 국회의원으로서 김 후보자 내정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