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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YMCA 박원균 이사장 모습. (주) 스타테크 회장이기도 한 그는 주위의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민다.
여수 YMCA 박원균 이사장 모습. (주) 스타테크 회장이기도 한 그는 주위의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민다. ⓒ 오문수
    
최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 위촉식에서 여수 YMCA 박원균(62세) 이사장을 만났다. 처음 만났는데도 거리낌없이 좌중을 웃기는 그에게서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아,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찾아간 곳은 그가 세운 공장인 ㈜스타테크.

1994년 설립한 스타테크는 회전기계 가공 제작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깨끗한 공장내로 들어가니 이름 모를 기계들이 커다란 원통형 부품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옆에서 기계를 조작하지만 어떤 기계는 혼자서 2미터쯤 되는 원통형 철골을 세공하고 있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그 기계가 1억원이 넘기도 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 사무실로 들어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상경해 공장에서 기술 배운 박원균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느냐?"는 질문에 "주위 분한테 훌륭한 분으로 소개 받았다"고 하자 너털웃음 짓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흥이 고향인 그는 집이 너무 가난해 학교 다닐 형편이 못 되자 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선박엔진공장에서 기술을 배운 16살 소년은 3년 후 본사 여수대리점 근무를 자청했다.

여수대리점에서 열심히 근무해 공장장까지 승진했지만 부도가 났다. 지인의 도움으로 부도난 회사를 인수한(1994년) 그는 2004년 5월 주삼동으로 이전해 공장을 짓고 새출발을 시작했다. 열심히 일해 남은 부채를 다 갚은 그는 2012년에 주식회사로 변경해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부도난 회사를 흑자로 이룬 비결은 기술력과 신용이었다. "그동안 가족들과 여행 한 번 못가 식구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한 그에게 "회사경영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느냐?"고 묻자 "출근 안 하는 직원이 아파트에서 문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한 그가 회사 경영관을 말해줬다.
 
"회사가 안정되자 거래했던 기업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몇십년 동안 나를 믿고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한테 뭘해줄까? 고민하다가 거래해준 기업에게는 더 질 좋은 서비스와 믿음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은 내것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에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여수다문화복지원에 1천만원을 기탁한 박원균 회장이 이주민여성들과 기념촬영했다
여수다문화복지원에 1천만원을 기탁한 박원균 회장이 이주민여성들과 기념촬영했다 ⓒ 박원균
 
현재 ㈜스타테크의 대표는 직원 중에서 선발된 사람이 맡고 박원균씨는 회장직만 맡고 있다. 그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많이 돕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후원회를 운영하고 새터민, 다문화가정, 요양원 등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에게 이웃돕기를 시작하게된 계기를 물었더니 답변이 돌아왔다.

첫 월급 선물에 충격받아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시작한 나눔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요?"하고 되묻던 그가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들려준 얘기 속에는 절절한 사연이 숨어있었다. 농사지을 땅 한 평 없는 가정형편에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를 받아준 회사 사장은 좋은 분이었다. 취직한 지 23일만에 당시 월급이 8천원인데 4500원을 받았다. 첫 월급을 받은 그는 어머니에게 드릴 반조끼 털옷을 사고 아버지와 형 옷까지 사서 고향으로 보냈다.

첫 월급을 타 가족들에게 옷을 보내 내심 뿌듯해하던 그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성실한 직원이라고 평가한 사장님이 "어머니 장례치르고 꼭 돌아오거라. 내가 너한테 기술을 가르쳐 훌륭하게 성장시켜 주겠다"고 다짐하며 고향으로 보내주셨다. 장례식에 참석한 박원균에게 이웃 아주머니가 어머니의 임종 직전 모습에 대해 전해줬다.

"너를 서울로 보내놓고 네 어머니는 노심초사하면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못 보낸 아들에게서 옷을 받은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돌아가셨다. 그는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옷을 어머니 관에 넣어드렸다. 목이 메이고 눈에 눈물이 맺힌 그가 얘기를 계속했다.

"자식을 키워보니까 어머니 심정이 이해되더라고요. 자식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때문에 옷을 받아들고 심장에 부하가 걸렸던 것 같아요."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을 지원한 박원균 회장 모습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을 지원한 박원균 회장 모습 ⓒ 박원균
 
서울로 돌아온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볼 것이라는 생각에 나쁜 짓을 할 수 없었다. 월급이 나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해 3년 만에 통장이 10개나 됐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그는 어머니가 기뻐할 일을 궁리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었다.

"오늘날 제가 있는 것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옆 사람들의 도움과 어머니의 힘 덕분이다"고 말한 그는 "울고 있는 사람을 달래고 힘든 사람 옆에 서 있어 주는 것이 어머니를 기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단체인 YMCA를 찾아가 상당액을 기부한 박원균 회장의 한 가지 소원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어보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그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을 수는 없지만 남을 입혀주면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교육청을 찾아가 어려운 고등학생 10명을 추천받아 교복 한 벌과 와이셔츠 2벌, 넥타이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냥 주면 돈 많은 사람이 돈 자랑하는 걸로 오해할까 염려한 그가 학생들을 식당에 초대해 옷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자 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내가 정말로 입어보고 싶어한 옷이 고등학교 교복이라서 너희들한테 주는 것이다. 가난은 너희들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 내가 살아보니까 가난은 불치병이 아니더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니 꿈을 갖자.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물건이 아니고 나의 간절함이다. 너희들도 성공해서 또 다른 사람한테 갚아다오."

  
 제3회 재단법인 진남와이즈맨장학회 장학금 전달식 모습으로 중앙에 박원균회장이 보인다.
제3회 재단법인 진남와이즈맨장학회 장학금 전달식 모습으로 중앙에 박원균회장이 보인다. ⓒ 박원균
 
학생들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갔는데 10명 중 7명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학생들 메시지를 받은 그는 행복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 학생이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여태껏 이런 공부 처음해봤습니다. 저도 선생님 길을 따라가겠습니다."

학생들의 메시지를 받고 난 그는 나눔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부터는 알리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사무실에는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아너 소사이어티' 인증패가 있었다. 진남와이즈맨 장학회를 10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그는 "물질은 구실이고 진정한 목적은 꿈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1억원 이상 기부한 분들에게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 인증패를 받은 박원균  회장
1억원 이상 기부한 분들에게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 인증패를 받은 박원균 회장 ⓒ 오문수
 
그가 창립한 회사에는 16명의 직원이 있는데 1994년부터 현재까지 근무한 직원이 4명이나 된다. 그가 회사를 어떻게 운영했는가는 주위에서 인정한 공적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한 그는 2013년에 자랑스러운 여수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사무실을 나간 후 직원 중에서 대표로 뽑힌 김대호씨를 만나 박원균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대호 대표는 회사설립 초부터 박원균 회장과 함께 근무했다.

"제가 회장님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보다는 형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줄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아무도 안 믿었어요. 주식을 배당받고부터 회사가 남의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제가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견회사에서 직원자녀들 학자금까지 제공해주시니 회장님 같은 분은 없을겁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박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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