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동안 권력을 남용하여 왔다면 그 남용행위 자체의 실체와 원인을 찾아 개혁하면 될 일이지,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자, '교각살우(矯角殺牛,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와 같은 잘못된 처방이거나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는 처방이다.

또 민가에 출몰하여 피해를 주는 범을 잘 잡는 최고의 명포수가 있는데, 그가 오만하다면 엄하게 시정시키면 될 것이지, 팔다리를 잘라버려서야 되겠는가."

최근 검찰 개혁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박종연 변호사(경남)가 <법률신문> '발언대'에 쓴 "변호사가 수사현장에서 지켜본 검찰 수사권 박탈의 심각한 문제점과 보완책"이란 글을 통해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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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거쳐 현재 경남 진주에서 변호사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정부가 추진하여온 검찰 수사권의 박탈을 주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이른바 '검수완박')의 진행상황을 검찰, 경찰의 수사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아온 문제점과 약간의 보완책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했다.

먼저 검찰과 경찰은 수사 능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수사 현장에서 지켜봤다"고 한 그는 "검찰과 경찰은 범죄를 밝혀내는 수사의 능력과 의지에서 아직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오랜 기간 전문적 수사경험이 세계적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는 반면, 경찰은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범죄를 밝혀내는 데에는 범죄의 실체와 증거를 재빨리 가장 효과적 수사기법으로 찾아내는 것이 수사승패를 좌우하는데, 경찰은 수사기법과 경험에서 크게 떨어져 범죄를 제대로 못 밝혀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고소된 범죄가 인정되든 안 되든 당사자가 납득할 정도까지 책임있게 수사를 완료하는데 비하여, 경찰은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도중에 증거부족으로 끝내려는 경우도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재야의 수사 현장에서 보았다"고 한 그는 "근래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이양된 후에는 특히 사기, 횡령 배임 등 서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제사범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고소하더라도 범죄를 못 밝혀내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심지어 근래 수십 건의 사기고소 피의자 사건을 수임하였는데, 그 중 1건만 기소되었다는 어떤 변호사의 언급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인사권'으로 수사가 영향을 받을 소지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로서 외부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동안 검찰은 비교적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으나, 경찰은 특히 정치인 등 권력층 수사에 있어 정부가 가진 인사권에 수사가 영향을 받을 소지가 훨씬 큰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그래도 가끔 내부 권한남용은 더러 있으나, 수사의 객관적 결과에 충실하여 모시던 검사장 등 상사를 구속하는 사례도 더러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은 학연‧지연에 영향 받을 소지가 더 많다는 것. 박 변호사는 "검찰에 비하면, 경찰은 대부분이 현재 근무지가 고향이거나 학교를 다닌 오랜 연고가 있어 학연, 지연 등에 수사가 영향 받을 소지가 많이 크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수사현장에서 보면, 경찰은 수사 법률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중 어느 한쪽의 거짓 주장과 증거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한쪽에만 선임된 변호사가 유도하는 쪽으로 불공정하게 밀려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종연 변호사는 "검찰의 남용행위 자체의 실제와 원인을 찾아 개혁할 일이지,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것은 원인을 헛짚었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교각살우의 처방"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의사가 수술을 남용한다고 하여 환자에 대한 수술권 자체를 박탈하고 다른 비의사 직역에 수술권을 넘기는 것과 같다"며 "의사의 수술권을 박탈하면 그 피해자가 전국의 환자이듯이, 검찰 수사권 박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량하고 힘없는 전체 국민이 된다"고 비유해 설명했다.

경찰 수사권 이양에 대한 차선적 대책으로 '수사증거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 민생 고소사건 수사에서는 '수사기밀'을 이유로 수사진행내용을 일체 당사자에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밀실수사 관행으로 인하여, 범죄규명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수사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이 어느 한 쪽의 거짓 주장과 증거에 넘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고소사건에서 어느 일방이 제출하는 주장과 증거를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도 공개함으로써 그 진위를 밝힐 기회를 주는 것이 현재의 경찰의 부족한 수사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선적 해결책"이라고 했다.

박종연 변호사는 "현재 법원의 민사소송의 진행방식과 같이 처리하는 것"이라며 "일반 민생 고소사건의 99%는 상대방의 증거조작을 우려하여 수사증거를 비공개로 할 필요가 없는 사건들이다. 오히려 일방이 제출한 허위주장과 증거는 수사관보다는 상대방이 가장 잘 알고 잘 밝혀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