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일요일 집에만 있기는 답답하다. 주변을 검색하던 중 조선왕릉 중 하나인 의릉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한번 다녀와보기로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별관을 따라 나오면 옆으로 의릉 공원이 펼쳐진다. 바로 들어갈 순 없고 안내소에서 표를 사야 한다. 가격은 1000원, 10인 이상 단체는 800원. 만 25세 미만과 65세 이상, 통역 안내사 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안내소 입구에서 길이 세 갈래인데 중간길에는 홍살문과 정자각, 그리고 의릉이 펼쳐져 있다.
의릉은 조선시대 경종의 묘로, 경종과 선의왕후 어씨가 잠들어 있다. 우리에게 경종은 익숙하지 않은 왕이다. 재위 기간이 4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 남을만한 치적을 쌓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매체에 자주 나온 장희빈의 아들로, 조선 시대 가장 오랫동안 재위를 유지했던 영조 바로 전의 왕이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과거 중앙정보부가 사용했던 강당이 나온다. 예전에 중앙정보부 이문동 청사가 근처에 있었는데, 청사 영역에 의릉이 포함되어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중앙정보부는 정자각과 홍살문 사이에 돌다리와 연못을 만들었는데,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뀌고 청사를 옮기면서 연못과 돌다리는 사라졌다. 그래도 남북한이 처음 공동성명을 했던 강당 건물은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산책로가 쭉 펼쳐진다. 지금은 벚꽃이 져서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떨어지지만 대신 싱그러운 나무들이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천장산 산책로가 나온다. 의릉 뒤에 있는 천장산을 걸을 수 있으며 다 걷는데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다른 조선왕릉에 비해 규모가 작고 건물도 적지만 의릉은 시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산책로이자 나들이 장소이다. 벌써 많은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봄이 와 이파리를 펼친 나무들과 하나 둘 피어나는 꽃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즐겁게 해준다.
의릉 밖에선 의릉 역사 문화관 공사가 한창이다. 유네스코의 권고로 작년 말부터 짓고 있다. 의릉 역사 문화관 건립되면 의릉은 문화 유산으로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의릉 모습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