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마지막 TV토론은 '정책 대결'이었다. 경기도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두고 두 예비후보가 맞붙었고, 지난 토론에 비해 공방의 수위도 높았다.
'젊음' 강조한 김은혜... '경험' 강조한 유승민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경선에 나선 두 예비후보는 19일 오후, 연합뉴스TV가 주관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 TV토론에서 자신이 경기도지사 적임자라고 자처했다.
김은혜 후보는 "과거 업적만을 되뇌는 것보다는 해결책을 현장에서 찾는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경기도에서 뛰어보고, 경기도 격전지에서 주민 삶을 보듬었던 후보가 경기도지사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연고가 없는 유승민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까지 함께 힘 있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은연 중에 '윤심'을 강조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민심이 원하는 후보, 경기도민이 '저 정도 도지사면 우리 도지사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후보, 경기도 문제를 능력있게 해결할 후보, 그런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중도층과 청년, 20대·30대·40대 이분들의 민심 마음을 거둬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서 "지금 '국민의힘 경기도 당원들의 당심이 다르지 않느냐' 하시지만 당원들도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택할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유일한 카드"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이날 마무리 발언 때도 "당원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제게 서운하고 못마땅해하는 걸 알고 있다"라면서도 "내 가슴 깊이 새기겠다. 이제 제 손 잡아주시고, 미래로 가서 저와 함께, 후보들과 함께 꼭 승리하는 그런 화합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당심'의 김은혜와 '민심'의 유승민 구도를 인정하면서도,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김은혜에게 '이재명' 덧씌운 유승민... "유, 기재부장관 잘했을 것"이라는 김은혜
두 예비후보는 이날 '주거지역 용적률 500% 적용 여부'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의 현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시간을 초과해 사회자가 개입하는 순간이 여러 번 반복될 정도로 치열한 토론이었다. 유승민 후보는 현장을 강조한 김은혜 후보에게 되레 경기도 내 격차가 한눈에 보이는 "양수대교에 가보셨느냐?"라고 물어보며 공세를 폈다.
또한 '용적률 500% 상향'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속된 표현으로 '질러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가 찬성의 뜻을 밝힌 공공개발 이익 도민 환원제를 두고는 "이재명 후보가 추진하려던 것이고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시스템"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추진했는데, 대장동 (개발 의혹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내가 도지사가 되면 완전 폐지할 생각"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후보에게 전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전략이었다.
반면, 김 후보는 유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참전용사 보훈수당 상향'과 관련해 수령 대상자의 평균 연령과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숙지하고 있는지 물으며 잠깐 그를 당황케 했다. 또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에 관한 공방 도중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경제부총리를 하면 잘하셨을 것 같다"면서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김은혜 "민자 배제? 속도가 문제" vs. 유승민 "가급적 국비가 원칙"
가장 뜨거웠던 순간 중 하나는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확충과 관련해 민간자본을 유치할 것인지, 민자를 배제하고 국비 중심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두 후보가 설전을 벌인 때였다.
김은혜 후보는 "(유 예비후보가) '국비로 해야 한다'라며 가급적 민자 배제를 말씀하셨다"라며 "국비로 하면 오히려 더 늦어지지 않을까? 중간에 어떤 식으로든 보완하는 방법으로 해서, 속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적극적인 민자 유치를 시사했다.
그러자 유승민 후보는 "국비로 한다고 속도가 주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지라고 생각한다"라며 "국비로 하는 게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일산대교 통행료 등을 예시로 들며 "민자로 해놓고 나중에 얼마 안 가서 수익성 보장 때문에 다시 인수하고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적어도 km당 1000억 원가량 소요된다. 100km면 10조 원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그 정도면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지금 급하다고 민자로 해놓고, 나중에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많은 주민이 불평하면 그때가서 또 국비로 하자는 이야기가 뒤늦게 나온다"라며 "길게 보면 이런 중요한 사업은 국비로 하는 게 맞다고 늘 생각해왔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계약을 처음에 잘하거나, 사용기간이 30년으로 돼 있으면 50년으로 늘리거나 해서 이용료를 저렴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라며 "(전액 국비로 짓는 것이) 아이디얼(이상적)한 방법이기는 한데, 민자를 도입하면 훨씬 더 주어진 상황에서 (잘 추진할 수 있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끝까지 "제가 수많은 민자 사업을 해봤는데,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토론을 끝으로 국민의힘은 오는 20일과 21일 경기도지사 경선 여론조사에 들어간다. 민심과 당심을 각각 50%씩 반영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오는 22일 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