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4월 20일 오후 11시 20분]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 교통방송의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노동위원회로부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확인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는 지난달 18일 TBS의 한 TV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했던 A작가가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TBS의 부당해고를 인정한다"며 "A작가의 원직복직에 갈음해 해고 기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2021년 3월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와 12월 전주KBS 방송작가에 이어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세 번째 사례다.
최근 공개된 이 사건 판정문을 보면 주요 쟁점은 A작가의 업무 지휘·감독자가 누구였는지였다. TBS는 "작가 업무를 지휘·감독한 건 메인작가이지 PD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서울지노위는 "작가의 업무 지휘·감독자는 PD가 맞다"고 판정했다.
서울지노위는 "A작가의 주 업무는 방송 소재를 정하고 원고를 작성하는 것인데,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특성상 이 업무 재량권과 최종 결정권이 담당 PD에게 있고, 작가가 재량으로 업무 내용을 정하거나 관철·거부할 수 없다"며 "소재 결정, 출연자 섭외, 원고 수정 등에서 PD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노위는 또 "(프리랜서) 집필계약서에 근무시간과 장소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최소한 오전 11시에 아이템 회의에 참석해야 했고 회의에 늦는 경우 미리 지각 사실을 알려야 했다"며 "방송요일에 따라 (제작팀이) '월수팀', '화목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에 소속돼 일해야 했던 사정을 보면, 근무 시간·장소의 구속 여부는 엄격히 형식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정은 지난 2월 9일 서울지노위가 기각한 YTN <다큐S프라임> 작가가 낸 구제신청 사건과 정면 배치된다. 이 사건에서 서울지노위는 작가는 메인작가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아 자료 조사, 섭외, 속기, 공문 작업 등의 업무를 했고, YTN은 '메인작가가 필요에 의해 선발한 작가'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에 "메인작가 필요에 의해 사적으로 고용한 취재작가에게 대신 돈을 지급해 줄 방송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며 시대착오적 판정이라고 비판했다.
TBS A작가 사안을 대리한 김유경 노무사(노동법률사무소 돌꽃)는 "실질을 보고 담당 PD가 업무 최종 결정권자이자 지휘·감독자라고 판단한 점이 의미가 크다"며 "방송사들은 형식적으로 메인작가가 업무 지휘·감독자인 것처럼 계속 주장하지만 메인작가 역시 부서의 관리자 정도에 해당될 뿐 지시를 받는 입장인 건 똑같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또 "공적 지위를 가진 기관인 만큼, TBS가 지노위 과정에서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도 수용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현재 여러 방송사들이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지 않거나, 작가의 책상·의자를 없애거나 하는 등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지우려는 시도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작가의 노동자성 인정 판정은 쌓이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원칙임을 알고 꼼수를 그만 둬야 한다"고도 밝혔다.
A작가는 2020년 10월 5일 TBS에서 일을 시작해 집필계약서를 세 차례 갱신하다 지난 11월 10일 개편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에 지난 1월 10일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3월 18일 승소했다.
TBS 관계자는 이와 관련 "판정문을 검토중이다. 아직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