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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질문에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고요"라고 답변한 안산 선수에 대해 쓴 기사들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질문에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고요"라고 답변한 안산 선수에 대해 쓴 기사들 ⓒ 네이버뉴스
 
기자 : "안산 선수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관련해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셨잖아요. 안산 선수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그동안 엘리트 선수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부분이라서, 새롭게 느끼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안산 선수 오늘 이 기회에 왜 그런 글을 올리게 됐는지 설명해주시면..."

안산 선수 : "우선은 저는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고요. 저는 현재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로서 아시안게임에 선발되어서 지금 이 기자회견장에 있습니다. 경기력 외에 질문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양궁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나 받았다.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14일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이라고 쓰고, 50만 원을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주최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후원한 것을 인증한 이유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안산 선수는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다"라는 답변으로 갈음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우문현답'이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일부 언론 보도들은 오히려 안 선수를 부정적으료 묘사했다.

중앙일보 <'페미 논란' 땐 침묵한 안산, 전장연 논란엔 딱 한마디 꺼냈다>(김효경 기자)는 안산 선수의 답변을 보도하며 "도쿄올림픽 당시엔 페미니스트라며 비난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당시엔 어떤 의사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 질문에 대해 '나는 광주여대 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라는 문장을 넣었다. 조선일보의 <'페미 논란'도 꾹 참았던 안산, 전장연 논란에 꺼낸 한마디>(최혜승 기자)도 비슷한 논조였다. 

국민일보 <논란마다 침묵 안산, '전장연 후원' 질문엔 답했다>(김성훈 기자)는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며 공격을 받거나, 올림픽 프로필 사진에 세월호 배지를 단 것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 굳이 언급을 피한 것에 대해 "침묵했다"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안 선수가 논란을 회피해온 것처럼 묘사했다. 헤럴드경제 <'페미 논란' 안산, 장애인 후원 비판에 일침... "나는 특수교육과 학생">(김유진 기자) 또한 "이날 나온 안산 선수의 소신 발언은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함구했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다"라고 썼다. 

해당 기사들은 안산 선수가 그동안 마치 부정적인 이슈로 '논란'을 겪었음에도 그것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보도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아니나 다를까, 관련 기사 포털 댓글 창에는 안산 선수에 대한 비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논란'이 아니라 '사이버불링' 피해 입은 것인데... "언론이 혐오 정당화"
 
 안산 선수 숏컷 논란을 다룬 영국 방송 BBC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글.
안산 선수 숏컷 논란을 다룬 영국 방송 BBC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글. ⓒ BBC
 
지난해 7월, 안산 선수는 '숏컷'이라는 이유로 또 '웅앵웅'이라는 여초 커뮤니티에서 쓰는 단어를 썼다며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를 두고 일종의 '사상검증'에 가까운 온라인 상의 폭력적 흐름이었고, 더불어 성평등과 여성인권 증진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로이터 통신과 BBC 등 외신들은 해당 사안을 '온라인 학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산 선수는 온라인 상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한 것에 가까움에도, 언론이 이를 '논란'이라고 표현하면서, 안 선수가 과거에는 자신을 향한 논란에 침묵했다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언론이 주도하고 조장하는 '사이버불링(괴롭힘)'이다.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언론이 주도적으로 특정인을 괴롭히도록 만들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언론이 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는 유명인들을 오히려 공격의 대상으로 만드는데 앞장서다보면 '혐오 세력'의 공격이 정당화되면서, 동시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말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는 지금 '조회수 전쟁'에서 비롯되는 이런 기사들에 대한 제동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라며 "위와 같이 '교묘한' 기사들은 법적으로도, 포털 차원에서도 제재를 하기 어렵다. 언론이 조장하는 '혐오'에 언론인들이 스스로 문제 의식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산#장애인 이동권 시위#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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