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탐험가인 이효웅씨가 최근 자신이 탐사한 해식동굴 사진과 소감을 보내왔다. 카약을 타고 2015년부터 전국 해식동굴을 탐사해 자료집과 사진집을 출판할 예정인 그는 2주 전 여수에 들러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연도탐사에 나섰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운 사진이라 섬을 사랑하는 전국독자들에게 알려 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어릴 때 꿈이 동해바다 정복이었다"는 그는 혼자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직교사인 이효웅씨는 학교 옥상에서 1년 동안 FRP로 혼자서 만든 코스모스호를 타고 2000년부터 2008년 까지 제주도, 독도, 가거도, 한반도일주까지 대한민국 바다 8000㎞를 돌아봤다.
길이 4.8m밖에 안 되는 일엽편주 같은 작은 배를 타고 대한민국 바다를 돌아본 그의 수기 속에는 몇 차례 겪은 아찔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자신이 만든 배와 카약을 타고 독도를 열 번 돌아본 후 독도사진 100장을 모아 전국순회 사진전도 연 그가 이번에 카약으로 탐험한 해식동굴 자료집을 내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2008년에 해양레저법이 바뀌면서 코스모스호로는 장거리를 갈 수가 없어졌어요. 6m이상의 선박이라야 가능한데 코스모스호는 4.8m밖에 안되어서 2011년에 폐선하고 카약으로 해식동굴 탐사에 나섰죠."
해식동굴 탐사를 2022년까지 마치고 자료집 출판 예정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2015년부터 카약을 타고 해식동굴 탐사에 나섰다. 올해 1차(남해안), 2차(남•서해안), 3차(흑산도, 홍도)를 계획했지만 기상이 양호하여 1~2차 탐사를 동시에 마쳤다.
이번 탐사는 차량과 여객선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이동하여 해상의 상태가 좋을 때 카약 탐사를 하였고, 조도군도(맹골도, 독거도 등)의 원거리 탐사는 여객선을 이용하여 600mm 망원렌즈로 살피고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하였다.
조도군도는 응회암 지역이 많아 큰 동굴은 없고 작은 동굴들이 각 섬 마다 1-2개가 있는데, 현지 주민들은 작은 동굴은 동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동굴의 분류를 5가지로 나눠 작은 굴과 시 아치(sea arch)도 조사하고 있다.
그가 분류한 해식동굴은 작은 굴(10~20m), 보통 굴(20~50m), 큰 굴(50m이상), '시 아치(sea arch)', 천장굴(천공굴)의 5가지다. 특히 큰 굴은 50m 이상으로 소형 선박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말한다. 동굴 상부가 함몰되어 하늘이 보이는 천장굴에는 독도 천장굴, 소리도 천장굴이 있고, 대형굴은 울릉도 관음굴, 우도 경안굴, 범섬굴, 소리도굴(솔팽이굴) 등이 있다.
보물섬 이야기 전해오는 연도 솔팽이굴
여수반도 끝 연도에는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강력한 파도를 그대로 맞아 생긴 멋진 해식동굴이 많다. 이효웅씨는 연도 3대 해식동굴로 첫째 소리도굴(솔팽이굴), 둘째 소리도천장굴(정월례굴), 셋째 연도쌍굴을 선정하였다. 탐사자들이 3개의 동굴에 들어서면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카약커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연도에는 해식동굴에 숨겨진 보물 이야기가 전해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탐사단이 조사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다음은 여수에 전해내려오는 연도 보물섬 이야기다. 연도의 옛 이름은 소리도다. 연도의 '소리도 등대' 부근 솔팽이굴은 보물 동굴로 불린다.
1627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이 일본에서 황금을 싣고 인도네시아 식민지로 가던 중 해적선에 쫓기게 되자 솔팽이굴에 급하게 황금을 숨겨놓고 도망쳤다. 선장은 네덜란드에 돌아가서 황금 위치를 성경책에 표시해 두었다는데 350년의 세월이 흐른 1972년 네덜란드계 미군이 한국 근무를 하게 됐다. 어느 날 그 미군이 소리도 출신 카투사에게 지도를 꺼내놓고 황금 이야기를 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 그는 그 섬이 자신의 고향인 소리도라 생각하고 제대 후 동굴탐사를 해봤으나 끝내 찾지는 못했다.
이효웅씨는 동굴탐사에 나서면서 서치라이트를 제작해 카약에 장착한 뒤 탐사하였다. 연도 솔팽이굴은 '소리도 등대 밑으로 기역자로 꺾인 약80~90m의 깊은 동굴이기 때문에 밝은 날에도 탐조등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라고 한다.
소리도 천장굴(정월례굴)은 소리도 등대와 직선거리 약400m정도로 가까이에 있어 소리도 천장굴이라 하였다. 크기는 작으나 독도 천장굴과 같이 위가 함몰되어 천장이 둥근 형태로 뚫려 있고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있다.
연도에는 쌍굴이 두 개가 있다. 등대 밑의 소리도 쌍굴(코굴)은 입구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으나 속에서 합쳐지지는 않으며 오른쪽 굴이 좀 더 길다. 연도 쌍굴은 연도항 가까이에 있으며 입구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지만 속에서는 합쳐지고 긴 자갈밭으로 되어 있어 파도가 없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 또는 대피할 수도 있다.
연도 긴 굴은 길이가 약 70m정도로 마그마 층리를 따라 가늘고 길게 침식되었으며 라이트가 없으면 끝까지 갈 수 없다. 특히, 연도 쌍굴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지역민들도 거의 모르는 실정이다. 연도항 방파제에서 좌측으로 약500m 거리에 있어 파도가 없을 시 고무보트나 카약을 이용하면 된다.
'시 아치(sea arch)' 및 천장굴에는 관매도 독립문바위(시 아치), 탄항도 시 아치, 관리도굴(천공굴), 소리도 천장굴, 연도 코바위(시 아치), 안마도 말코바위(천공굴)가 있고 여객선 탐사가 가능한 작은 동굴에는 독거도, 탄항도(시 아치), 혈도(초도), 하죽도, 곽도, 맹골도 등이 있다.
기상이 비교적 좋아 여러 곳에서 동굴탐사와 탐사를 할 수 있었던 그가 해식동굴 탐사한 소감을 말했다.
"이번 동굴탐사는 기상이 좋아 크고 작은 동굴 30여개를 탐사하였고, 특히 연도 동굴탐사를 제대로 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소리도굴(솔팽이굴)의 내부는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소리도굴의 비밀을 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동굴탐사를 원하거나 모험을 하려면 소리도로 가세요. 저는 다시 가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