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일을 보고 오는 길에 한국 마트에 들렀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잡다가 냉동 오징어를 사려고 해산물 냉동칸을 보는데 명태알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알을 좋아하는데, 게다가 세일 중이라 덥석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옆에 바로 곤이가 놓여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알탕에는 곤이가 있어줘야 하는데! 쉽게 사지 못한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는 한 번도 안 넣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것을 바로 집어 들고는 남편에게 말했다.
"알탕 끓여줄까?"
반색을 하던 캐나다인 남편이, 그건 뭐냐고 물었다. 곤이를 영어로 뭐라 할까 고민하면서 상표를 봤다. 거기에는 'milts'라고 쓰여 있었다. 그냥 보라고 내밀었더니,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걸 먹는다고? 세상에!"
나는 그게 뭔데 그러냐는 반응으로 쳐다보았다. 명색이 영어 선생인데 이건 솔직히 모르는 단어였다. 딱히 알 만한 이유가 없는 단어였지만, 남편의 반응을 보고 즉각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챘다. 그게 그거였다니! 생각해보니 나는 한 번도 곤이가 뭔지 생각을 안 해봤던 것 같다.
생선의 정소(精巢)인 이리
그러고 나서 나는 집에 와서 바로 곤이에 대해서 검색을 했다. '곤, 곤이, 고니, 이리'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것의 정체는 생선 수컷의 정소(精巢)다. 그러니까 암컷에게는 알집이 있고, 수컷에게는 이것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곤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암컷의 알집이었다.
그러면 이 뇌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긴 것의 진짜 이름은 뭘까? 바로 '이리'가 정식 명칭이었다. 일반적인 이리는 별 맛이 없지만, 명태, 대구, 복어 등의 성숙한 이리는 맛있어서 잘 사용된다고 지식백과에 설명이 나와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 이곳에서는 저렇게 묵처럼 만들어 냉동해서 파는데, 해동을 하면 뇌처럼 구불구불한 우리가 아는 그 이리가 된다. 남편은 이걸 먹는다는 사실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그렇다고 먹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았기에, 나는 모처럼 '이리'를 넣은 알탕을 끓였다.
알탕을 끓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최대한 쉬운 방법을 사용한다. 국물은 보통 따로 내는 편인데, 음식 재료를 준비하면서 간단하게 육수를 준비한다.
평소에 파의 끝을 자르고 말려둔 것이랑, 무 꽁다리, 대하 대가리와 멸치, 디포리 등등을 대충 던져 넣고 간단하게 국물을 낸다. 그동안 파 다듬고 마늘 빻고, 버섯 씻고...
그리고는 그냥 차곡차곡 올린다. 맨 밑에 무를 썰어서 깔아주고, 양파, 마늘, 생강 넣고, 알과 이리를 넣은 후, 육수를 부어준다.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그 위에 고추, 버섯 약간 넣어, 뚜껑 덮어서 불에 올린다. 아주 쉬운 방법이다.
물을 끓인 후에 알을 넣는 레시피들도 있지만, 물이 펄떡거릴 때 넣으면 잘못하면 알이 부서진다. 그래서 특히 나처럼 냉동 알을 구입한 경우는 그냥 처음부터 넣어서 잘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위에 쑥갓이나 미나리를 얹어주고 한소끔 더 끓은 후 불을 끈다. 알이 익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쉽게 완성되는 식사이다.
우리 집은 맵지 않게 먹기 때문에 고춧가루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 한국식으로 얼큰하게 드시려면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는 것이 좋고, 고추도 청양고추를 넣어주면 칼칼한 맛이 난다.
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어서 이리가 보이는 사진이 없다. 이리는 밑에 파묻힌 듯하다. 아무튼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알을 듬뿍 먹었고, 이리도 먹었다.
그다지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맛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 "별 풍미는 모르겠고, 질감으로 먹는 것인가 봐." 그의 평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한 듯하다. 쫄깃함이 매력 아니겠는가!
<간편 알탕 만들기>
명태알, 이리, 멸치 육수 또는 기타 육수 또는 맹물
무 한토막, 양파 반개, 파 1개 썰어서, 마늘 2쪽 다져서, 생강 약간 다져서 준비
고추(홍고추, 청양고추가 맛있다), 버섯, 두부(옵션), 호박(옵션)
고춧가루, 멸치액젓 1큰술
1. 무를 얇게 납작납작 썬다.
2. 멸치와 디포리, 무꽁다리, 새우 대가리, 다시마 등, 취향에 맞게 육수를 낸다.
3. 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이리와 알을 넣은 후,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찬 육수를 넣어 끓인다. 간은 멸치액젓으로 하고, 고춧가루도 취향에 맞게 뿌린다. 원하면 두부, 호박도 넣는다.
4. 김이 올라올 때까지 뚜껑을 중간에 열지 말고 끓인다.(중간에 온도가 확 떨어지면 무가 쓰다)
5. 간을 보고 모자라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남은 간을 맞춘다.
6. 위에 쑥갓과 미나리를 얹어 저어준 후 불을 끄고 서빙한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글이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