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이진숙 인권활동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이진숙 활동가는 충남인권위원회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8월 인권위원장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인권활동가로 돌아왔다.
단식농성 나흘째인 9일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사무실 앞에서 농성중인 이 활동가를 만났다.
그는 "평등법 제정은 서울의 활동가들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학교에서는 두발단속이 이루어지고 있고, 핸드폰도 빼앗고 있다"며 "아직도 막내가 커피를 타고 있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숙 활동가는 "민주당은 얼마 전 '검수완박'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단식농성 중인 이진숙 활동가를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이제 단식 4일차다. 건강상태는 어떤가.
"지금은 괜찮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에 걸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피켓팅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이동을 하거나 소리를 많이 지르면 기운이 조금 딸린다. 그럴 때는 잠깐씩 누워서 쉬고 있다."
- 단식까지 결심한 이유가 있나.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 평등법을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만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충남은 혐오세력에 의해 인권조례가 폐지됐다가 되살아난 경험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충남은 인권조례뿐 아니라 학생인권 조례도 만들었다. 충남에도 인권과 평등의 원칙에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많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 충남에서도 연대와 결집의 거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농성장이 연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농성은 언제까지 진행할 계획인가.
"민주당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때까지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테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 법사위에서 패스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거나 법안소위 일정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미류와 이종걸 활동가가 한 달 동안 단식을 하고 있다. 내가 단식을 하는 것은 독자적인 판단이기 보다는 여의도 단식 농성에도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일반 독자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서 받는 차별이 다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전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차별의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무엇이 차별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도 당사에 자주 드나들 텐데.
"민주당 충남도당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방문한 정치인은 없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7일 오세현 아산시장 후보의 개소식에 찾아 갔다. 객석에서 강훈식 의원에게 차별금지법 농성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행사가 끝나고 강훈식 의원의 서명을 받았다."
- 윤석열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국민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만 국민이 아니다. 대통령은 검사였다. 법과 인권을 수호할 위치에 있었다. 인권에 평등이 필수적으로 따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평등법(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6.1 지방선거 까지도 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당선인이 직접 주도해서 평등법을 제정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물론 취임 첫 일성으로 평등법 제정을 언급하셔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국민의힘(정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다. 평등법 제정에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