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일로 '책방 봄'을 알게 되었다. 모든 관심이 철학과 시에 있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요즈음 철학서적과 시집 그리고 소설만 팔아서, 그것도 동네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특히 시집에 집중을 한다? 책방 주인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라고 했다. 책방만 가지고 생계를 꾸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내 주변에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시집을 샀는데 너무 좋더라 하는 얘기는 더더욱 못 들어봤다. 또한 시에 작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인터넷 검색만 하면 원하는 시인의 시가 수십 개씩 뜨는 마당에 웬 시집?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시집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 입시 면접에서 "시집은 좀 읽어보았느냐? 혹시 외우는 시는 있느냐?"라는 질문이라도 나온다면 모를까! 아무튼, 시와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노원역 10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책방 봄'을 찾았다. 아래의 글은 책방 주인장과 인터뷰 나눈 내용이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것부터 여쭙고 싶었습니다. 책방 일 외에 하시는 일이 따로 있는지요?
"다르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 책방에 시집과 철학책이 대부분인데 요즈음 시집 사서 읽는 분들은 많으신지요? 주로 고객층은 어떻게 되는지요?
"책방 컨셉이 문학서점인만큼 주로 작가 지망생이나 시인들 또는 학교 국어 선생님이나 문학에 관심이 깊은 문들이 옵니다. 문학전문 서점이라는 걸 알고 오시는 분들이기에 시집은 팔리는 편이지요. 오시면 대개 시집 서너 권씩은 사가십니다."
- 다른 책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작가회의에서 주관하는 2022 작은 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문학 거점 서점'으로 선정되어 서점에 상주할 수 있는 문학작가가 있습니다. 7개월 동안인데 상주하는 문학작가의 수고비는 한국작가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서 지급하고요. 그래서 거의 매일 시창작교실이라든가 어린이 문학교실이 열리고 있습니다. 무료인 강좌도 있고 유료인 강좌도 있지요. '책방 봄'의 수입은 여기서 많이 얻습니다."
-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할인을 많이 받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 안 합니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값보다 서점에 오시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직접 만나뵐 수 있고 문학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선호하는 분들이기에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고요. 질 좋은 커피나 차를 대접하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지요."
- 남들과 다른 홍보 방식이 있다면?
"특별한 홍보는 없습니다. 요즈음 젊은 친구들이나 학생들은 모든 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 시인들께서 자주 찾으시는 것 같은데 이분들과 교류하며 문학강좌라든가 시인과의 만남 같은 행사를 부탁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그러잖아 시인분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애쓰십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 문득, '책방 봄'이 위치한 노원역 근처 주민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실례가 안 된다면 이곳 책방을 문인들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제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고요."
나는 시집만 2000여 권을 넘게 가지고 있는 시 애호가다. 내가 '책방 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다. 회사나 동네 또는 집안에서도 어느 누구와 좋아하는 시에 대해, 문학에 대해 함께 얘기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시 얘기를 하면 슬금슬금 피하며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형제들은 또 어떤가? 돈 되는 공부나 하지 뭔 시냐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결국 시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들을 만나면 기나긴 묵언수행이 풀린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에 그들은 나에게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한다. 나는 '책방 봄' 같은 작은 문학서점이 동네에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어려운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