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최종 단계에서 검찰 출신이니 윤주경 의원 대신 낙점한 거 아니겠나.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1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보훈처장에 검사 출신 박민식 전 의원이 내정된 것을 두고 보훈처 산하 단체에서 십수 년간 활동한 A씨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A씨는 "대다수 언론을 포함해 보훈단체들은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의원이 (보훈처장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분당(재보선)에 출마한다고 했다가 나흘 전(9일)에 자진 사퇴한 박 전 의원이 갑자기 내정됐다"면서 "아무도 예상 못한 깜짝 발표지만 결국은 '출신'을 따진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보훈단체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이번 인사를 의아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 내정자는 부친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사한 사실을 제외하고는 관련 분야에서 특별히 활동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 내정자는 서울대 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일하다가 1993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 1996년부터 11년간 검사로 근무했다. 이후엔 2008년 한나라당에서 정형근 의원을 제치고 부산 북구·강서구갑 공천을 따낸 뒤 제18대 국회의원이 됐고, 2012년 제19대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했다. 이후 윤석열 경선캠프에서 기획실장을 맡았고 대선 이후에는 대통령 당선인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다. 최근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지만 자진 사퇴 나흘 만에 윤석열 정부 초대 보훈처장으로 내정됐다.
보훈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이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조정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윤주경 의원 측 "발표 전까지 몰라"
반면 보훈처장 발표 직전까지도 언론에서 유력한 처장 후보라 보도한 윤주경 의원은 최종단계에서 박 전 의원에 밀려 내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도 발표 전까지는 몰랐다"며 "여러 후보들 중 박민식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안다"라고 짧게 답했다. 윤 의원이 따로 보훈처장 자리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경향신문>은 '단독'을 달고 보훈처장에 윤봉길 의사 손녀 윤주경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다수의 주요 언론들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 의원은 비례대표 1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이후 2021년 12월 19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 참석한 바 있다. 지난 4월 28일엔 윤봉길 의사 의거 90주년을 하루 앞두고 충남 예산 윤봉길 사당을 찾아 "매헌 선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일정 때마다 윤주경 의원이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는 언론에서 윤 의원의 보훈처장 내정 유력에 확신을 담아 보도했던 이유기도 하다.
박민식 내정자, 보훈 가족 출신
한편 박 내정자의 부친은 고 박순유 중령으로 통역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사했고, 현충원에 안장됐다. 이후 박 내정자 포함 6남매가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연합뉴스>는 "박 내정자가 2012년 재선 성공 후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의 복리 증진과 이분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널리 알리고 본받을 수 있는 사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에 알려진 건 이 정도뿐이다. 박 내정자가 보훈처의 주력 업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거나 활동을 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박민식 내정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5.18 왜곡 처벌법은 위헌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박 내정자는 "5.18 왜곡 처벌법은 보편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 법률 제정의 기본원칙에 저촉될 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우리 헌법상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일부 편향적 시각을 빌미로 위헌적 법률을 제정한다면,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도리어 퇴색될 것이며 통합을 가로막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유공자 지원 및 5.18행사 기념'은 보훈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13일 보훈처 홈페이지에는 '국가보훈처장 박민식' 명의로 "국가보훈의 주요 영역인 독립·호국·민주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으로 시작하는 처장인사말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