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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제한 없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밤늦게 가게에서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경기장을 찾아 소리높여 응원할 수 있고 콘서트장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그럴까? 병원은 일상 회복의 과정에서도 아수라장이다. 준비 없이 맞이했던 코로나19 초기처럼 지금도 준비 없이 전환되는 병동 상황으로 인해 간호사들은 고통받고 있다. 주로 사용하는 약도 구비하지 못한 채 병동을 열거나 진료과에 맞는 교육이나 준비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배운 교훈은 없었던 것일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여 동안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함이 지적되었다.

그래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였다. 지난해 10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만들자는 내용을 핵심으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었고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하지만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청원(간호인력인권법)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일 긴급하게 열렸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청원을 본 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간호인력인권법의 운명이 뒤틀리고 있다.

국회청원심사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의결한 청원은 의장에게 보고하게 되어있고, 보고된 이후 7일 이내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없는 경우 폐기된다. 국민 10만 명의 요구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게 된 것이다.

국회는 청원 달성 이후 해당 청원에 대해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간호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판단하였는지, 4월 27일과 5월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였다.

하지만 해당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법의 들러리 취급을 받았다. 두 번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간호인력인권법에 대한 언급은 단 두 마디였다. 간호법에 대한 지난한 논쟁이 끝난 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청원에 대한 심사기간을 연장한다"(4월 27일)고 결정하는 한마디와 "간호법 수정안에 해당 청원의 취지가 반영된 것 같으니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겠다"(5월 9일)고 결정하는 한마디가 그것이다.

간호인력인권법을 대체할 수 없는 간호법
   
그렇다면 간호인력인권법은 정말 간호법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간호인력인권법의 핵심은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으로 정하자는데 있다. 간호인력인권법은 일반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신생아실, 응급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등에 간호사 1인당 근무조당 적정환자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여 법적 강제성을 부여했다. 의료법에 간호사 인력 기준이 명시되어있지만 강제조항이 없어 무용지물이 된 현실을 반영한 법안이다.

해당 내용은 간호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간호인력인권법의 핵심 내용이 간호법 어디에도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간호법이 간호인력인권법을 대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해당 상황을 들은 간호사들은 절망감과 허망함,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되었던 '간호인력인권법 폐기 중단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경오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이렇게 발언했다.

"간호사 1명이 18명이 넘는 환자도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병원은 말도 안 되는 근무 구조를 만들어 놓고 환자를 보라고 합니다. 간호사들은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사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는 언제 되는 거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호사들을 저버린 건 다름 아닌 국가입니다. (중략) 사직을 원하는 간호사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하면 달라질 거다. 1인당 환자수 법제화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며 설득했지만 이제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간호사들과 환자 모두를 살릴 간호인력인권법
 
 4월 27일 법안소위 이후 심사기간 연장을 통보한 국회 공문
4월 27일 법안소위 이후 심사기간 연장을 통보한 국회 공문 ⓒ 현지현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사들만의 법안이 아니다. 간호인력기준은 간호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고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적어질수록 환자들의 사망률, 감염률, 낙상률, 재입원률, 욕창발생건수 등이 낮아진다. 즉, 환자가 더욱 잘 치료받고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며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정하고 간호인력을 충원하는 일은 국민건강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10만 명이 간호인력인권법에 동의를 보낸 것이다. 바로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호인력인권법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지금, 해당 소식을 듣고 폐기 중단 및 제정촉구 서명운동에 다시 한번 동참하고 있다. 서명운동이 시작되고 하루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 2000명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꺼지지 않는 요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이고 오만한 판단을 하라고 그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해당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청원을 진행한 대표 청원자는 사전에 어떠한 내용도 안내받지 못했다.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늘은 논의가 되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해야 했고 법안소위에 올라갔던 날에도 안내받지 못했다.

4월 27일 법안소위가 진행된 후 심사가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되었음을 알리는 공문 하나 받았을 뿐이다. 청원을 진행한 대표 청원자는 해당 청원의 취지나 의미에 대해 발언할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안내 글을 보면 "우리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라며 국민동의청원을 설명하고 있다.

헌법으로 보장된다던 국민의 권리는 단 몇 명의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박탈당했다. 너무나 황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 10만 명의 요구가 이렇게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국회는 간호인력인권법 폐기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라! 간호사들과 환자 모두를 살릴 간호인력인권법, 지금 즉시 제정하라!

#간호인력인권법#보건복지위원회#국민동의청원#청원#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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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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