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되게 미안해 해야 될 일은 맞았던 것 같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아래 G식백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을 어기고 G식백과와의 인터뷰를 무산시킨 데 대해 대신 사과했다.
G식백과는 구독자 78만 명에 육박하는 게임 전문 인기 유튜브 채널로,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각각 인터뷰했었다. 그러나 먼저 출연을 제의했던 윤석열 캠프 측에서 계속 말을 바꾸며 시간을 끌다가 혼선이 빚어졌고, 최종적으로는 인터뷰가 무산됐다(관련 기사:
윤석열 캠프에 '빡친' 게임유튜버 "직접 겪은 일 전한다").
G식백과 측이 이번에 마련한 '게임정책 초대석'은 이준석 대표가 당시 일을 뒷수습하는 차원의 '애프터 서비스'에 가까웠다. 지난 11일 녹화된 인터뷰는 16일 늦은 오후에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는 "저는 솔직히 이런 거 후보가 잘 모르면 나오지 말라고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라면서 "그 당시에 아무래도 선거대책본부 내에서 게임 이슈가 핫하다 보니까 '좀 나가보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아마 저희가 먼저 (G식백과 측에 출연) 제안을 타진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절차적으로 정치인들은 펑크도 많이 내고 한다"라며 "김성회씨 같은 경우에는 그런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았을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일정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도 "이건 정말 저희가 되게 미안해해야 될 일은 맞았던 것 같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여가부 폐지] "지방선거 때 우리가 힘 많이 얻으면 빨리 없앨 것"
이준석 대표는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사항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주무 부처였다. 해당 제도는 지난 1월 1일 자로 폐지됐으나, 오랫동안 게임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동시에 김현숙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과거 "게임 때문에 방화를 한다든가" 등의 발언을 하며 게임 콘텐츠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터라 이에 대한 우려도 많다(관련 기사:
"게임 때문에 살인·방화" 여가부장관 후보자 과거 발언).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는 없앨 부서, 없애려고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우리가 여성가족부에서 뭔가 새로운 정책을 많이 하고 이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여성가족부가 지금까지 해오면서 지탄받았던 일들에 대해서는 아주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준비하기 위해 임명된 장관이니, 그의 인식에 근거한 새로운 게임 규제 정책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취지다.
그는 "우리가 셧다운제를 없애는 과정에 있어서 '정말 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없어서 이걸 하느냐'라고 계속 공격했다. 여성가족부가 지금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며 "여성가족부 문제는 이제 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없는 단계라고 국민들이 각인하기 시작하는 그 시기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있던 거 잘 정리하고, 나중에 정부조직법을 저희가 내면 그때 없어질 부처"라고 재차 강조하며 "빠르면 이번 지방선거 때, 저희가 힘을 많이 얻으면 민주당이 이제 동의해줘 가지고 없앨지도 모르고, 아니면 다음 2024년 총선까지 기다려가지고 저희가 다수당이 되면 바로 입법해서 처리하면서 없앨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는 표심에 지지를 재차 호소한 셈이다.
[120시간 노동] "창의적 활동은 재충전 꼭 필요... 엄격하게 규제해야"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120시간 노동'과 관련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게임업계에게 노동시간 규제는 과거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비인간적 초과 근로로 인해 실제 사망 사고도 발생했을 만큼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주52시간에 유연 적용'을 공약으로 들고온 만큼, 실제 게임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과 관련한 우려도 상당하다(관련 기사:
"사람 잡는 대통령 되려 하나"... 윤석열 '주 120시간 노동' 발언 파문).
이 대표는 '블루 칼라' 노동자와 '화이트 칼라' 노동자의 노동시간 관련 입장이 다른 점을 지적하며 "반복 작업보다는 창의적 활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52시간 이상 80시간 노동한다고 해가지고 내 생산량이 그대로 그만큼 증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오히려 재충전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라며 "무한히 늘어날 수 있는 업무 시간을 조금 규제해 주면,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곧 이어 "저는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좀 엄격하게 이건 규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굉장히 안정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특히 이런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한테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직종에 따라 주52시간제 완화 여부를 다르게 적용할 뜻을 밝힌 셈이다.
[신의손] "그분들은 겜알못, 주요 역할 한 것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 손인춘·신의진 전 의원이 여성특보와 아동폭력예방특보로 합류했던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었던 두 사람은 게임을 술이나 도박과 함께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할 것을 추진했던 이력이 있다. 게임업계에서 이들을 '신의손'으로 부르며 윤 정부의 게임 정책 기조에 대해 걱정한 이유다(관련 기사:
'게임'에서 스텝 꼬인 윤석열, 캠프 얘기 들어보니).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 역시 게임계 내 논란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와 관련해, 업계 자율에 규제를 맡기는 방향의 법안을 발의해 게이머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이준석 대표는 "그분들은 게임 비친화적이라기보다 그냥 '겜알못(게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가까웠다"라며 "그러니까 그 분들이 게임을 했을까? 저는 안 했을 거라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항상 게임의 대척점에 있었던 학부모의 관점이 더 컸을 것"이라는 논지였다.
이어 "대선 선대본부 아니면 캠프 이런 곳은 거의 몇백 명 되는 전직 의원들이 참여한다"라며 "그분들이 (게임 정책과 관련해 캠프에서) 주요적 역할을 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가 그래서 나중에 하태경 의원을 게임 관련 본부장으로 임명했다"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