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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지난 며칠 동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따른 기사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의외의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윤석열 정부의 내각이 남성 편향적이며, 여성가족부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했다는 기사였다.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 기자가 한국 대통령에게 던진 의외의 질문과 윤석열 대통령의 다소 아쉬운 답변에 대해, 그 적절성과 의미에 관한 이런 저런 정치권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윤 대통령에게 던진 미국 기자의 질문은, 남성 중심의 직업권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내게도 작지 않은 울림을 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남성, 여성, 제3의 성 등의 구분을 떠나, 성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인재들이 골고루 등용돼야 한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직업인으로서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여성에게 아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대체로 우리 사회는 특별히 여성 몫을 목표로 상정하면서까지 고위직 여성 리더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가진 커뮤니티에, 비록 소수이더라도, 여성이 힘을 갖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조직의 문화를 성평등으로 균형을 잡아 가게 하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편 중의 하나 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실 그 선발된 여성 리더가 그가 맡은 조직 안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기회를 받은 여성들이, 사실은 누구 못지않게 일을 잘하고, 조직을 잘 이끈다는 경험치를 사회에 축적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고위직 사회 진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사실, 지난 정부는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기 위해 여성 장관 몫 몇 퍼센트 라는 목표를 갖고 정책적 배려를 했었다.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고, 우리 여성들에게는 좋은 기회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비교적 여성이 많지 않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이라는 업계에 있는 여성이고, 딸을 키우는 입장임에도, 나는 지난 정부에서 여성 고위직 인사가 발표되는 과정에서 자주 불편함을 느꼈었다.  

물론, 내 주변의 몇몇 분들의, 여성이면 다 되는 거냐 라는 시기어린 뒷말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불편함의 근원은 어쩌면 우리가 최근 수년 동안의 고위직 여성 리더 발굴에 실패의 경험을 더 많이 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기회를 받았으나,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여성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해 부정적 사회적 경험치를 쌓게 한 것 같다는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이 고위직 여성 장관으로 용기 있게 나가 싸우고, 결국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 개인의 문제인지, 혹은 참 인재 발굴에 실패한 인사권자의 문제인지를 우리는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개인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책적 배려를 통한 여성 리더 선발 시에는 몇 퍼센트라는 수치에 집착하기 보다, 제대로 된 역량과 전문성,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쉽 발휘가 가능한 참 인재를 발굴하는 것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초기에 설정했던 몇 퍼센트 라는 수치적 목표는 그 시작점일 뿐이며, 이 비중은 정책적 배려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계속 증가하는 쪽으로 사회가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위직 여성인재 발굴을 위한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 더하여, 당사자인 우리 여성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것일 것이다. 이 지점에 나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고위직 여성 인재의 깜짝 발굴 못지않게, 바닥에서 부터의 여성 인재의 양성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 및 민간 부분의 현장에서 더 많은 여성인력들이 실무 능력을 키우고, 중견관리자로 발탁돼 조직 경영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전문성과 역량을 단계별로 키워 나가고, 그들이 검증된 고위직 리더로 커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노력 외에도 커뮤니티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내가 아는 한, 내 주변에서는 이미 그런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여성 고위직 깜짝 발탁 같은 정치적 상징성에 함몰되지 말고, 현장에서 많은 여성 인재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실용적 여성 인사 정책을 기대한다.

##여성정책##성평등##윤석열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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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분야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일하는 공학자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성장 및 과도하게 발달한 인터넷 문명의 부작용과 기술철학에 관심을 갖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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