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586 용퇴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586세대를 존경하지만 민주당의 변화를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다"며 "지금 우리가 가지고 가야할 과제들을 2030이 주도하는 길을 586세대가 같이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6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전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586 용퇴론과 최강욱 의원 징계 문제를 언급한 뒤 중진 등과 갈등을 빚은 일을 두고 "갈등이 생겼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당의 모습을 보고 자중지란이라고도 하는데, 그보다는 새로이 태어나기 위한 과정의 진통이라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며 "진통이 생기지 않을 순 없다"고 했다.
"'586 당장 다 용퇴' 아냐" 수위조절했지만...
박 위원장은 "제가 다 은퇴해야 된다고 말씀드린 적 없다"며 "당장 다 용퇴해라, 이런 그림을 생각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과제, 2030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2030이 이 의제를 보다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생각한다"며 "그런 길들을 586세대가 같이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586 용퇴 다 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린 적 없으니까 (당 안팎에서) 자극적인 포인트로 삼는 것을 지양해달라"고 덧붙였다.
당내 논의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토론과 갈등은 기본이라 생각하고, 이견이 발생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지 않은가란 생각이 든다"며 "잘 협의해서 타협점을 찾으면 된다. (25일 저와 충돌했던) 윤호중 위원장과도 협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등이 정치교체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또한 "당연히 당내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성지지자 중심의 '팬덤정치'와도 재차 대립각을 세웠다. 박 위원장은 "본인이 좋아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감싸기를 하는 부분에 저는 문제 의식을 느낀 것"이라며 "정책적인 비판이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어떤 정치인이든 언제나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두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문자를 받았다"며 "그냥 비판이 아닌 맹목적 비난, 성적인 희롱 등이 같이 담겨 있다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 자리가 추도식이었던만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서 다른 분들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지양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무엇보다 비판을 그냥 '내부총질'이라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야유와 모욕을 당했지만 이겨냈다고 알고 있다"며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송영길 출마명분 지적에는... "의원직 내려놓는 결단도"
하지만 박 위원장은 586세대 대표정치인,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는 '송 후보가 대선 당시 586 용퇴론을 수용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일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는 질문에 "명확히 따지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송 후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결단을 했다"며 "그 부분도 같이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과정에서 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송 후보를 제외한 채 경선을 치르는 방침을 정하자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공개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세 차례 회의 끝에 송 후보 등을 포함한 완전국민경선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송 후보는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