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신조어로 근래 10대, 20대에게 중요한 키워드다. 흔히 말하는 '인증샷', '인생샷' 등을 올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 심리에서 기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전시 업계에서는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 전시(Instagrammable Exhibition)'라는 새로운 전시 형태까지도 등장했다. 관람객들을 위해 포토존을 내∙외부에 설치하는 전시 등을 일컫는다.
전시 관람 후에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전시회를 방문하는 관람객이 늘어난 탓이다. 결국 그 바탕에는 관람객들의 수요가 있다. 최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물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회 측에서는, 싫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에게 맞춰 전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인스타그래머블 전시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반반이다. '전시를 더 이해하기 쉬워진 것 같고, 참여하는 것 같은 전시 방식이 흥미롭다'는 반응과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관람이 불편했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나눠져 있다. 이를 다루는 저널도 의견이 갈린다. 경제뉴스와 같은 저널은 관람객 중심의 전시 형태에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기존 영역을 깨뜨린 새로운 영역으로써 전시를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 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저널은 일관적으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의식하지 않는 기존 관람객들도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시가 SNS 홍보를 통해 상업적인 용도로만 활용됨에 대한 불만이며, 관람객이 소비자로 변모하는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 관람객 집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뚜렷한 것은 전시 관람에 대한 정책의 변화다. 기존 국공립 미술관은 관람객의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다. 빛에 민감한 순수 예술 회화 작품의 훼손을 막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인스타그램 태그 이벤트를 열어 관람객들의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유도하고 있다. 일명 '인스타그래머블 전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성격을 견지해왔던 국공립 미술관으로서는 이례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시기획 단계에서도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진행됐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살바도르 달리 전'의 경우에는 전시회 내부에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과 아닌 부분의 공간을 분리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관람객들의 니즈도 만족시키며, 동시에 사진 촬영으로 인한 불만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2022년 4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은 전시장 내 모든 작품의 촬영이 가능했으며, 추가적으로 각 관람객들에게 포토프레임을 지급했다. '전시 인증샷 이벤트'를 열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열었다.
이에 관해 세종문화회관 임연숙 전시팀장은 "실제로 전시기획 사전 단계에서도, 사진촬영을 고대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사진 촬영하기에 적절한 동선이나 조닝을 구획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며, "개인적으로 전시가 가볍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시대가 그렇게 가는 것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라는 것 자체가 남에게 보여주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전시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전시 홍보 방식이 보도자료를 뿌리거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그 방식이 인스타그램이나 SNS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관람객들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 성향도 얼마 전부터 작가들이나 전시기획자들로부터 성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전시 홍보 및 기획은 그에 대한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부가 설명했다.
인스타그래머블 전시 성향이 앞으로 전시계에 불러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스타그래머블 전시의 바탕은 더 이상 오직 관람객의 수요로만 설명하기에 어렵다. 관람객 참여형 전시, 즉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호하는 작가들이 늘어난 점, 전시 홍보의 매체가 SNS와 같이 양방향적 미디어로 전환된 점 등, 전시공간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전시 관람 문화가 이전에 비해 다양하게 소비되는 것은 전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정형화된 관람 소비에 환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그러나 비영리적 목적을 가진 국공립 미술관까지 그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공립 미술관만이 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획이 상실될까 우려스럽다. 전시의 다양성을 불러일으킨 인스타그래머블 전시가 역설적으로 전시의 획일화를 불러 다양성을 해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스타그래머블 전시와 기존의 성격을 견지한 국공립미술관 전시 모두가 공존해 관람객들이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전까지는 중간적 대안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