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제공 의혹'인가, '허위 고발사주 의혹'인가.
6.1 지방선거가 하루 앞둔 경북 청도군이 돈 문제로 시끄럽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서로 고소·고발을 이어가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청도군수 선거에선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하수 후보와 공천에서 탈락한 박권현 무소속 후보가 맞붙고 있다. 이들 모두 경북도의원 출신이다.
공방은 박 후보 측에서 금품제공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후보 측이 주민 27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1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 30개를 나눠줬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김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청도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청도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 후보 측은 '녹취록이 지난 19일 작성됐으며 녹취록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15일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A씨가 B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김 후보 측이 A씨의 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비를 계산하고 돈봉투를 나눠줬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A씨는 "한날 저녁(15일)에 우리 딸내미가 '엄마 단체손님 있는데 좀 나오라' 했다"며 "갔디만(갔더니) 누가 카드를 갖다가 이만큼 먹거나 안 먹거나 30만 원 긋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나(마찬가지로) 카드 그었는 그 사람이 봉투를 또 주는기라. 27개, 27개인데 우리 딸내미하고 내 거하고 해서 30개를 던졌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 녹음 중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A씨는 "이 지금 녹음 다 되잖아?"라고 물었고 B씨는 "그렇죠"라고 대답했다.
김하수 후보 측 "선거운동원 매수해 벌인 허위 고발사주" 맞대응
김하수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이 자신을 매장시키기 위해 선거운동원을 매수하고 벌인 허위 고발사주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을 만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27명의 손님이 온 적도 없고 돈봉투를 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식당 주인의 어머니인 A씨가 박 후보의 선거운동원인데 돈을 줄 리가 만무하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허위 고발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기로 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식당에는 테이블이 4개밖에 없어 한꺼번에 27명이 들어가기 힘들다"며 "식당 주인과 만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박 후보 쪽이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의 딸 C씨는 "엄마가 매수당해 거짓말을 했다"며 "우리 집은 식당이 아니라 조그만 포장마차 같은 술집이다. 테이블도 4개밖에 없어 20명 이상 들어오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가게 장부와 CCTV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장부와 CCTV 녹화 내역, 카드로 계산한 내역까지 모두 조사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권현 후보 측 관계자는 "테이블이 4개밖에 없다고 하지만 27명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하다"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청도군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선출되는 군수가 모두 금품살포 등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3번의 재선거를 치렀다. 특히 2008년 선거에서는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품살포 사건이 터져 주민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1500명 가량이 형사입건되기도 했다. 당시 청도군 인구 4만6000여 명 중 5000여 명이 사건에 연루됐다.
현장에서 만난 청도군 한 주민은 "지금은 어느 후보가 돈을 준다고 해도 안 받는다"며 "청도는 돈선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는데 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