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위험도가 지난 2년 간 꾸준히 완화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코로나 기간 소득이 감소한 집단의 우울 정도가 높고 최근 40대의 우울위험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2020년 3월부터 분기별로 전국 성인 2063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실태를 조사 중이다.
우울위험군과 자살생각률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떨어졌으나 코로나 전보다는 상당히 높은 위험도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우울위험군은 전체 조사대상 중 18.5%다. 지난해 4분기 18.9%, 1분기 22.8%보다 감소했고,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3.2%보단 15.3%p 가량 높다.
우울 위험은 소득이 감소한 집단에서 높았다. 소득이 감소한 응답자 중 22.7%가 우울위험군에 포함됐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16.7%가 우울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26.7%), 40대(20.4%), 20대(18.6%) 순으로 높았고, 여성(20.3%)이 남성(16.7%)보다 높았다. 다른 연령대와 다르게 40대만 지난해 3분기 15.5%에서 4분기 16.0%, 20.4% 등으로 우울위험군 비중이 증가했다.
자살생각률은 남성(12.2%)이 여성(1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자살률은 11.5%로 2019년 4.6%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3%, 4분기 13.6% 등으로 감소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이 감소한 집단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15.2%로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15.2%), 40대(13.3%), 20대(11.9%) 순으로 높았다.
코로나19 감염 낙인에 대한 점수는 총점 15점 중 6.6점으로 1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최고점은 1분기 8.1점, 최저점은 3분기 7.3점이었다. 낙인 점수는 감염자가 ▲사회에 피해를 준다 ▲치명적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혐오스럽다는 3개 항목에 각 1점에서 5점까지 배점하게 해 산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나 확진자를 목격했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 비율이 높았다. 전체 대상자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 비율은 12.8%였는데 '코로나로 자신이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의 격리, 확진, 사망 등 충격적 사건을 경험했다'는 응답자(1216명)는 21.6%로 더 높았다.
책임 연구자를 맡은 현진희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40대 우울위험군 비율이 상승하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소득감소, 실업률 증가, 돌봄 공백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정신건강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인한 유족, 중증환자나 보호자 등 심리·정서적 위기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집단에 대한 실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3일 "(이번) 실태조사는 유족들에 대해 특별히 조사한 게 아니고 국민 전반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라며 "중증 환자나 보호자에 대해서 특별하게 별도의 심층 정신건강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