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지락의 계절이다. 봄~초여름이면 어김없이 알 통통히 오른 바지락이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인천사람들은 바지락의 맛에 향수를 느낀다. 조그만 조개 하나가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에 감동하고 만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야 바지락 맛을 안다. 애호박 넣은 된장찌개에도, 시원하고 칼칼한 칼국수에도, 쌈장에도 잘 어울린다. 무쳐 먹고, 전 부쳐 먹고, 국물 내어 먹고... 이래저래 어떤 형태로 먹어도 바지락의 개운한 맛을 따라갈 것은 없다.

바지락을 잡느라 호미로 갯벌을 뒤집으면 '바지락바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바지락이라고 했단다. 바닷가에서 발에 조개가 밟힐 때 '바지락바지락' 소리가 나서 바지락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는 유래도 있다.

백합과의 연체동물인 바지락은 온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조개의 대명사가 됐다. 바지락의 원래 이름은 '바지라기'인데 지금은 줄여서 '바지락'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동해에선 '빤지락', 경남에서는 '반지래기', 인천과 전라도 등에선 '반지락', 황해도 지역에서는 '바스레기'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바지락의 주 산란기는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이다. 제철은 봄~초여름이지만, 산란기를 제외하면 거의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바지락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 철분, 비타민 B, 헤모글로빈 형성에 관여하는 엽산이 많다. 타우린도 함유돼 있다. 조그만 조개에 이런 엄청난 효능이 있다니 역대급 건강식품이다.

개운하면서도 매콤... 밥에도 술에도 안성맞춤
 
 바지락 짜글이는 개운하면서도 매콤하다. 밥을 비벼 먹어도 되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바지락 짜글이는 개운하면서도 매콤하다. 밥을 비벼 먹어도 되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 송수자
 
갯벌이 메워져 신도시가 생기기 전의 인천은 호미와 소쿠리만 들고 갯벌로 나가면 얼마든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인천시민들은 바지락을 사랑하고 다양한 바지락 음식을 만들어 먹었나 보다.

바지락을 넣은 음식으로는 조개탕, 칼국수, 전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지락 짜글이는 잘 모르는 음식이다.

'짜글이'는 원래 충청도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돼지고기와 감자, 파 양파 등 다양한 채소와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자박하게 끓인 국물요리다. 국물이 찌개보다는 적고 두루치기보다는 많다.

바지락 짜글이는 바지락을 듬뿍 넣어 개운하면서도 매콤하다. 밥을 비벼 먹어도 되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이다.

동인천 삼치거리는 삼치구이가 전문인 선술집들이 많은데, 그 골목에서 감히 바지락으로 도전장을 낸 곳이 있다. '영흥갯마을'이다. 이곳은 바지락 짜글이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구수한 삼치구이로 유명한 가게들 가운데 이름도 낯선 바지락 짜글이가 점차 사람들의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영흥갯마을 사장은 고향이 영흥도여서 어린 시절부터 바지락 짜글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갓 캐온 바지락과 집에 있는 채소에 고추장을 풀어 자박자박 끓여내면 온 식구들이 밥 한 그릇을 뚝딱하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먹던 섬마을 토속음식을 인천으로 이주하면서 식당 메뉴로 탄생시켰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만들기도 쉽지만 맛도 최고인 바지락 짜글이는 신선한 바지락이 열일을 하는 음식이다. 이 식당의 최애 메뉴이기도 하지만 고향이 그리운 이들에게 향수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집에 그냥 들어가기 허전한데 마침 술 한잔 걸치기 좋은 초여름 저녁. 삼치골목 선술집들은 지나가는 과객을 붙잡는다. 그중 영흥갯마을은 바지락탕과 바지락 짜글이로 행복한 저녁을 선사한다. 시원하고 칼칼하게 속을 풀어줘 술이 술술 넘어가게 하는 바지락탕, 당일에 나오는 신선한 바지락을 손질해 두부, 호박, 감자, 양파를 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바지락 짜글이는 일품이다.

아무튼 바지락을 즐겨 먹는 인천 사람들은 술을 먹지만 해장도 같이 한다고나 할까? 오늘 저녁 바지락의 개운하고 쫄깃한 속살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

글·사진 송수자 I-View 객원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인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는 시민의 알권리와 다양한 정보제공을 위해 발행하며 시민을 대표해서 객원·시민기자들이 콘텐츠 발굴과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작된 신문은 뉴스레터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