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각국의 뉴스 신뢰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Digital News Report 2022)>를 발간했습니다. 영어로 된 164페이지 보고서인데, 한국 관련 내용은 이 조사에 참여한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같은 날 펴낸 <미디어 이슈>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이 리포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각국의 뉴스 신뢰도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6년부터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리포트 내용을 한국 언론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요약을 해 보겠습니다.
1.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결론부터 보자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30%로,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입니다. 46개국 평균은 42%,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69%)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은 1등에 비해서 절반 이하, 평균에 비해서도 12%p나 낮습니다.
그나마 올해 성적은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이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2016년에는 신뢰도가 22%로 조사대상 26개 국가 중 25위였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가 2021년에 46개국 중 38위를 하면서 겨우 꼴찌를 벗어났습니다. 당시 그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 오늘>의 기사 제목이 "한국 뉴스 신뢰도, 드디어 '꼴찌' 벗어났다"입니다.
2. 선택적 뉴스 회피 현상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지난 5년간 늘어난 것도 눈여겨 봐야할 현상입니다. 조사대상의 69%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이유로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가 43%로 가장 높았습니다.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가 두번째,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세번째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유가 달랐습니다.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 언론의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
언론이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뉴스 신뢰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는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50%)과 상업적 독립성(48%) 인식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평균은 두 항목 모두 26%입니다. 한국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은 19%(31위), 상업적 독립성은 18%(36위)로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이마저도 5년 전인 2017년에 비해 각각 7%p와 6%p 상승한 것입니다.
4. 한국의 언론 매체별 신뢰도
보고서는 각 나라별로 주요매체에 대해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아 순서를 매겼습니다. 가장 많이 신뢰한다는 응답을 받은 매체는 52%의 <와이티엔(YTN)>으로 2년 연속 1위입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매체 가운데 가장 적은 응답을 받은 매체는 33%의 <조선일보>입니다.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받은 매체로는 41%의 <TV조선>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 2등은 <조선일보>(40%)입니다. <조선일보>계열의 방송매체와 인쇄매체 둘 다 가장 많은 불신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의 조사결과를 찾아봐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가 넘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우선 한국이 속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 중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로 넓혀 보면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나 <데일리 미러>, 미국의 <폭스뉴스> 같은 매체들이 40%를 넘기긴 하지만 이른바 "정론"을 주장하는 그런 매체는 아닙니다.
5. 2018년 이후 한국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
<조선일보> 계열사 두 곳이 가장 불신받는 매체로 나오고, 그 바로 뒤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사를 한 올해만 특별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불신받은 매체들은 어디였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2016년과 2017년은 매체별 신뢰도를 보고서에 싣지 않았습니다.)
2018년과 2019년 보고서에는 매체별 신뢰도만 실려 있습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15개 매체 가운데 15위는 <TV조선>, 14위는 <조선일보>입니다. 2019년에는 14개 매체 가운데 14위가 <조선일보>, 13위가 <TV조선>입니다. <조선일보> 계열사끼리 자리만 바뀌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불신하는 매체에 대한 응답도 함께 실렸습니다.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는 42%의 <조선일보>, 그 다음 2위는 41%의 <TV조선>입니다. 2021년 역시 40%의 <조선일보>가 1위, <TV조선>이 38%로 2위입니다. 올해는 <TV조선>이 <조선일보>를 제치고 다시 1위를 차지했으니 두 매체가 늘 1위와 2위를 놓고 경쟁한 것입니다. (1위라고 좋아할까 봐 다시 말하자면 이건 불신하는 매체 순위입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서로 불신하는 매체 1,2위를 다투는 동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줄곧 3,4위를 놓고 경쟁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여 불리는 메이저 종합일간지 세 개의 신뢰도가 이런 지경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세계에서 바닥을 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크게 늘었는데, 한국의 독자들은 세계 평균보다 더 높은 69%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 늘 꼴찌 수준인데, 한국의 신뢰할 수 없는 매체로는 <TV조선>과 <조선일보>가 부동의 1,2위이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3,4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불신 정도가 높은 <조선일보>와 그 뒤를 늘 따르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뢰도만 높이면 금방 평균 수준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조중동" 모두를 독자들이 외면해서 아무런 영향력 없는 매체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겁니다. "조중동" 때문에 매년 이맘때만 되면 다른 언론들까지 싸잡혀 한국의 뉴스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더 없길 기대하는 겁니다.
* 해당 설문조사는 영국 유고브(YouGov)가 2022년 1월 11일부터 2월 21일까지 온라인에서 진행했으며, 총 9만 3432명(한국 2,026명)이 응답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