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병일(36) 소방헬기 정비사 사고와 관련해 고인의 동료들이 회사 측의 진심 어린 사과 등을 요구하며 20일 넘게 농성·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이에 '업무 복귀 촉구'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갈등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고인은 지난달 16일 경남 거제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 헬기에 동승 했던 기장은 숨졌으며 부기장은 중상을 입고 현재 치료 중이다.
고인의 직장 동료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 에어팰리스지부(아래 에어팰리스 노조)는 사고의 원인을 '과도한 노동'으로 지목, 고인에 대한 회사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와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진오 에어팰리스 노조 지부장은 <오마이뉴스>에 "고인이 속해 있던 팀은 경상남도에서 7개월 정도 장기간 근무했는데, 화재에 대비해 휴일도 없이 일출에서 일몰까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어팰리스 대부분 노동자가 이런 근무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됐더라면 안타까운 사고와 사망도 막을 수 있었기에 더욱 개탄스럽다"라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나자, 수습과 대책을 책임져야 할 에어팰리스 사장은 병가를 내고 잠적했으며, 지배회사 선진네트웍스 회장은 조문도 사과도 없었다"라면서 "에어팰리스와 선진네트웍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회사 "복귀 하지 않으면 불이익"
에어팰리스 노조는 사고 열흘 뒤인 지난달 26일 사죄 촉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노조원 18명 대부분이 연차휴가나 대체휴가를 내고 농성장에 집결했고, 지금까지 농성·시위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8일에는 김포시민단체 등과 함께 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14일부터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이들의 농성에 결합했다.
이에 회사는 사과 대신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를 촉구하는 공문으로 맞서고 있다. 공문에는 "연차휴가 사용도 회사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 승인이 없었다면 23일까지 전원 사무실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불이행시에는 민·형사상 조치 등 강력한 인사 불이익이 따르게 될 것"이라 적시됐다.
관련해 회사 측 관계자는 1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에어팰리스 사장님이 위암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병가를 낸 것"이라고 해명하며 "원래도 아팠는데, 이 문제 터지고 더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사과가 없었다는 노조의 주장에는 "사장님이 아파서 못 가는 대신, (선진)부회장님과 전무님이 장례식장에 갔다가 유족 친척 등에게 거칠게 항의받아 결국은 조문도 거부당하고 올라왔다. 이후 사고와 관련해 유족 등과 대화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과도한 노동이 원인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선 "조종사 실수인지 기체 이상인지 일단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