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동물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동물 대상 단순 먹이체험 행사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 5월과 6월, 대전아쿠아리움과 대전오월드를 방문 동물체험 프로그램 관리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지난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전아쿠아리움의 전시동물 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은 관리 상태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아쿠아리움의 미니동물원은 먹이주기 체험을 상시 운영하고 있었는데, 관리자의 별도 안내 없이 관람객이 먹이를 직접 구입한 뒤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안전 등 유의사항이 고지되어야 하지만 안내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동물원 관리 사육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먹이 체험으로 급여되는 간식을 포함해 동물에게 급여되는 모든 '먹이 급여 내역'은 기록하도록 권고 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아쿠아리움 체험형 동물원의 먹이체험 프로그램은 무인판매 형식으로 기록 자체가 불가능하고, 또 각 동물 전시장마다 관람객이 먹이를 직접 구입한 뒤 원하는 동물에게 주게 되어 있어, 각 종에게 알맞은 급여가 이루어지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한 실태라는 것.
맹수관 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은 먹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에게 급여되는 먹이는 위생적으로 보관·준비 되어야 하며 먹이 준비는 분리된 전용 시설에서 마련되는 것이 적절하지만, 사자 먹이 체험으로 팔리고 있는 닭날개의 경우 육안으로 보기에도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
또한 상근하는 수의사를 배치하고 있지 않아 먹이체험으로 인한 동물의 이상이 발견됐을 때 빠른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대전오월드 역시 교육과정없이 자판기를 이용한 먹이주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물원 곳곳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종이컵에 담긴 일정량의 사료를 구입해 관람객이 직접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
이에 모니터링단이 동물원에 문의한 결과, 동물의 먹이 급여 내역은 사육팀에서 관리하지만 자판기의 경우에는 운영팀에서 관리해 적절한 먹이 급여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원숭이들은 철장에 매달려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자연에서 보이는 원숭이의 행동이 아니라 이상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먹이주기 체험은 교육적 효과는 없고, 단순히 동물원의 수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 보고와 함께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동물원의 먹이주기 프로그램은 오락 위주의 체험프로그램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먹이주기, 동물 만지기 체험 등은 오직 '사람을 위한 오락체험 활동'일 뿐이다. 교육적 목적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관람객의 단순한 즐거움을 위하여 동물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고,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 흥미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발생한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사고를 언급하면서 현재의 동물원 운영 방식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소재 동물원에서 동물 체험 프로그램 도중 다섯 살 아이가 뱀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동물은 사람과 언어소통을 할 수도 없고, '체험행사'와 관한 어떠한 소통이나 합의를 할 수 없음에도,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은 사람들을 '사고'로 부르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가 '사고'라고 부르는 동물들의 어떤 행동은 사실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과 자유'를 누리지 못해 표현되는, 그들의 외침일 수 있다"며 "사람 위주의 오락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동물원 운영 방식에 대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그 전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그 전환은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고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