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신임 검찰총장 인선 없이 검찰청 직제를 개편하고 중간 간부급 이상 인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가 "향후 검찰총장이 '허수아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법치행정에 어긋나는 절차"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1일 "검찰의 직제 개편과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 인선부터"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치주의의 주무장관으로서 자기 직무를 직시해 법치국가에 적합한 행정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과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 등을 통과시켰다.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5석을 9석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그동안 승진에서 누락된 사법연수원 28~29기 검사장 승진을 위한 절차로 해석돼왔다.
사무기구 일부 개정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시절 검찰의 과도한 직접 수사를 줄이기 위해 형사부나 공판부로 바꿨던 부서를 다시 공공수사부, 조세범죄수사부, 중요범죄수사부 등의 전문 수사 부서로 재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현행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6대 범죄에 국한돼 있으나, 이번 개정령엔 '검사장이 지정하는 고소·고발·진정사건'이나 '사건 관련 정보 수집' 등을 명시해 검찰청법을 우회한 직접 수사 및 내사 가능성도 열어 놨다.
참여연대는 이에 "검찰의 직제 개편과 정기 인사가 검사 출신 법무부장관의 주도로 신속히 진행되면서, 향후 누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든 '허수아비 총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법무부장관이 짜놓은 직제에다가 그가 배치한 검사들과 함께 검찰총장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거나 '산적한 현안이 많아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하는 게 국민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총장은 지난 5월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이후 42일이 지난 현재까지 공석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을 상당 기간 공석인 상태로 두면서, 검사 출신이라 검찰을 잘 알고 있으니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직할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고"라며 "이런 인식에서 검찰총장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직위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헌법과 법률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나눠 별개의 법적 주체로 하고 각기 고유한 직무를 부여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를 정한 헌법과 법률을 편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을 법치주의에 따른 행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신속히 검찰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해 국민이 겪을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면, 응당 취임 직후부터 총장 인선 절차에 속도를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법무부장관은 법치행정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신속히 검찰총장 인선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