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적으로 약 3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고 우리나라에서만도 1천3백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해서 외국 제작 국내 상영 영화중 2위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나 역시 영화 '아바타'가 보여준 상상력과 재미있는 스토리, 영화제작 기술에 감탄하며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담론'이다. 오락영화로서의 재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주고 있는 '아바타'는 세계적인 흥행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아바타'가 얘기하고 있는 '담론'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시각에서 정리가 가능하겠지만, 나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보면 전국 어디에서나 산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집터를 만들기 위해 산을 훼손해 놓은 모습이나, 산 밑에 즐비하게 들어선 숙박시설, 카페 같은 건물들이 그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물론 루소의 이 일성(一聲)은 요즘 TV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나는 자연인이다' 류의 생각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한 '자연'은 '계급 없고 평등했던 원시사회'를 의미했고 이러한 루소의 계몽주의 사상은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게 되는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루소의 웅변처럼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분출하면서 산을 개발하고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영화 '아바타'의 담론(談論)을 기억하며 자연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아바타'에서는 두 가지 힘이 서로 충돌한다. 한 쪽은 행성 '판도라'에 매장된 엄청나게 귀한 자원 '언옵테늄'을 개발하려고하는 지구인들이고, 다른 한 쪽은 개발을 막아 자연을 지키려는 '판도라' 주민 '나비족'이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처음엔 지구인의 필요에 따라 '아바타를 입고' 나비족의 모습으로 나비족의 세계에 들어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생각, 문화에 동화되어 나중엔 그들의 편에 서서 지구인의 개발을 막기위해 함께 싸우게 된다.
영화에서는 '지구인'과 '나비족'의 가치관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타난다. 지구인의 방식이 폭력, 단절, 착취, 물질 우선적이라면 '나비족'이 지키고자하는 것은 비폭력, 연결, 공존, 영적(靈的) 이득이다.
개발행위에는 '자연의 법칙(天理)'에 순응(順應)하려는 마음가짐 필요
나는 현 시대 우리가 행하는 '개발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는 '나비족'이 보여준 '연결'과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연결'과 '공존'의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우리의 삶을 보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해 줄 것이라는 감성적 필요에 따른 것은 아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생각과 감정, 자원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소통하는 것과 같이 숲의 크고 작은 나무들도 급할 때는 서로 '영양분(營養分)'을 나누는가 하면 '정보(情報)'까지도 공유한다고 하니 '연결'과 '공유'는 실제로 자연의 성립과 유지의 근본적인 법칙인 듯 하다.
따라서, 인간의 '개발행위' 역시 이러한 자연의 근본법칙에 따라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산을 깎아 건물을 지을 때는 물길을 잘 확보하여 물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물은 원래 흐르던 길로 흐르려는 본성이 있으므로 자연이 만들어 놓은 물길을 억지로 돌리거나 단절시킬 때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다. 흙을 깎거나 쌓는 공사 역시 경사면의 안식각을 충분히 확보 해야 한다. 흙의 성질인 '토성'을 고려하여 그에 합당한 안식각을 유지하고 터를 닦아야 한다. 땅을 넓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의 욕심 때문에 자연의 성질인 '토성'을 무시한 채 절개지를 급경사로 만들면 결국엔 토사붕괴나 유출 등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게릴라성 집중호우, 2020년 나타난 역대 최장 장마 등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 발생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삶을 바꾼 '코로나 19' 사태 역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자연을 자극한 인간이 받은 '옐로우 카드'였듯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행하는 모든 개발행위 역시 '연결'과 '공존'이라는 자연의 근본법칙에 따를 때 우리는 자연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