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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5일 총리관저에서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시점에서 양자 회담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라며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0일 치러질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지지를 얻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 논의를 미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일 정상회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 등 다자 회담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 또한 공식적인 정상회담보다는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 형식으로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측 "한국, 징용 문제에 구체적인 제안 없는 듯"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은 미뤄질 전망"이라며 "지난달 한국이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 주변 해양조사를 했고,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측이 구체적인 제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신중론이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도 전날 "새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은 보류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26~30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한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전국 규모의 참의원 공식 선거기간에 일본을 비우고 해외로 나가 외교 활동을 펼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2010년 러시아를 포함한 G8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당시 간 나오토 총리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유세에 나설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지만, 일본 정부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보여주는 것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략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물론 선거도 중요하지만,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의 국익을 위해 중요한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의미가 크다"라며 "특히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의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