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A신협 간부직원이 여러 명의 직원을 성희롱·성추행하고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대전지역 단체들이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결과 보고서를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대전노동청에 전달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대전지역 여성, 노동단체 및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A신협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5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은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A신협 임직원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3월 A신협 직원들은 간부직원에 의한 상습 성희롱·성추행 및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못해 노조를 설립하고, 해당 간부를 신협중앙회, 대전고용노동청과 유성경찰서 등에 고발했다.
이에 신협중앙회는 가해자 분리조치를 통보했고, 노동청은 근로감독에 나섰다. 또한 유성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노동계와 여성·시민단체는 대책위를 구성해 가해자 분리 조치와 엄벌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신협은 가해자 분리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버젓이 출근하면서 증거 인멸과 2차 가해를 해왔다는 것. 결국 신협중앙회는 지난 5월 30일 가해자 면직 및 이사장 정직을 통보했지만, A신협은 신협중앙회의 조치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해 간부가 현재까지 정상 출근하면서 노조원들에 대한 노조탈퇴 회유와 2차 가해, 징계 압박을 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대책위는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A신협 부당노동행위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였고, 1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 이날 공개했다.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A신협은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한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탄압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다수 노조원에 대한 징계 압박 ▲계약직 직원 중 노조원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해지 ▲노조 와해를 노린 노조 탈퇴 공작 ▲육아휴직 복귀 거부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신협중앙회에 감사 청구 등이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의 직접 피해자인 노조원을 공격하는 부당노동행위가 A신협 임원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고위직 직원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A신협 임원과 고위직 일부 직원이 2차 가해자라기보다는 공범에 가깝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선 이유는 A신협에서 임직원에 의한 부당노동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행위는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간부직원을 비호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반인륜적인 가해자 비호행위는 2차 피해를 양산하고 피해자들을 절망 속에 빠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A신협에서의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가 가해 당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어 상황의 심각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신협중앙회 조사 결과, 가해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이 인정되어 당사자를 면직 처분했고, 유성경찰서는 성추행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가해자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며 "그럼에도 가해 간부는 여전히 출근하고 있고,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A신협 이사회가 성추행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철저히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협은 많은 출자조합원이 힘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다. 상호금융을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협의 임직원이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 받지 못할 일"이라며 "이들의 행위가 묵인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는 A신협 사태가 지역사회 다른 사업장의 기준이 되도록 대전고용노동청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에 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율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은 "성희롱과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겨워 했던 A신협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신협중앙회의 권고안도, 대전노동청의 조사 개입도, 이런 불법과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이번 진상조사보고서에는 A신협이 그 동안 벌인 일련의 행위들이 담겨 있다. 노동청은 이 문제에 대해 엄중히 직시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기소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대책위는 진상조사결과보고서를 대전고용 노동청 A신협 근로감독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