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새벽녘, 국지성 소나기가 지나간 뒤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다. 마을 방송에선 어르신들의 외출 자제는 물론이고 마을 쉼터를 이용할 것을 당부하였지만 시원한 쉼터가 아닌 성인문해학교로 향하신 어르신들이 있다.
바로 해남 성인문해학교인 꿈보배학교 학생들로 그 배움의 열기가 칠월의 뙤약볕보다 뜨겁다.
오늘도 이런 분들을 위해 차로 한 시간을 달려 해남군 문내면 난대리 봉선화 교실로 향했다.
"이제 보인다 말이요. 간판도 보이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글을 보면 아는 자가 보이더라고요."
올 3월에 출범한 해남군 꿈보배학교 소속인 문내면 난대리 봉선화반 박모 할머니(84)께선 평생 소원인 직접 편지를 써 아들에게 보낼 날 꿈꾸며 무더위 속에서도 초등 단계인 소망의 나무 1권(자모음 합성글자익히기)을 마치고 2권 공부인 받침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 목요일 2시간 하는 수업이 눈 깜짝 하는 순간에 지나갈 정도로 재미지다는 봉선화 반 다섯 분 어르신들은 수업이 지난 후에도 집으로 가시질 않고 배운 자를 함께 읽고 공책에 써 볼 정도로 열심이시다.
글을 전혀 배우지 못한 세 분과 어느 정도 읽으시는 두 분이 공부하는 봉선화 교실은 처음엔 기초부터 하다 두 반으로 나누어 수업 중이다.
모음 기초부터 배우고 있는 어르신 세 분은 필자가 맡고 있는데 자음과 단모음 합성자 낱말과 문장 정도는 읽고 쓰며 받아쓰기까지 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수준이 나은 두 분 역시 함께 교육하시는 문해사의 가르침으로 받침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으며 간단하나마 일기도 쓸 정도로 향상되어 뿌듯하다.
한편, 봉선화 교실을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고 힘을 보태고 있는 분들이 있다. 바로 문내면 김래근 면장님과 직원, 그리고 난대리 이장으로 4월 초엔 공부에 필요한 물품과 음료를 사오셔서 공부하는 것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3시 무렵 방문해 폭염에도 열심이신 어르신들 더위를 식혀야 한다며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안기며 격려와 힘을 실어주었다.
"최근 모두들 이 문해 수업이 최고의 사업이라 그러시더라고요. 어르신 생각해도 그런가요? 글을 알지 못해 답답하셨을 텐데 많이 배우셨나요?"
김래근 면장의 질문에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문해 공부를 하시는 어르신들에겐 격려의 말이 힘이 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들 맞다고 입을 모아 답하셨다. 글을 몰라 이장 댁으로 달음박질 하던 어르신들, 이리 열심히시니 줄줄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소원인 편지도 써 보내고 고지서도 척척 읽을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