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년 소송인생" 승소 또 승소에도 2664일 째 '해임 중' 교수>에서 이어집니다.
손바닥과 수첩이 카메라 렌즈를 연신 가로막았다. "왜 취재를 막으십니까"라고 항의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촬영을 방해했다. 그 사이 질문의 상대는 현장을 떠났다. 지난 8일 전남도립대 학생문화복지관 VIP대기실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2664일 동안 출근하지 못한 교수가 있다.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해임 뒤 882일째 되던 날 '부당한 해임'이란 법원 판결을 받아들었지만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2646일째 되던 날엔 '부당한 재임용 거부'란 법원 판결을 다시 받아냈다. 상·하급심 포함 총 네 번 승소했음에도 2015년 4월 2일 학교를 떠난 그의 이름 뒤엔 아직 '전 교수' 세 글자가 붙어 있다.
지난 8일 시민·여성·교수단체, 노동조합 등은 전남 담양 전남도립대 대학본부 앞에서 김 전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엔 김 전 교수 측과 전남도립대 측의 비공개 간담회가 진행됐다. 김 전 교수, 정영일 전국교수노조 광주전남지부장,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전남도립대 박병호 총장, 이재진 교무처장과 약 15분 간 재임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 직후 <오마이뉴스>는 박 총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위 같은 실랑이가 벌어져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이후 이 사안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도립대 교무팀에도 이틀(지난 11~12일)에 걸쳐 취재를 요청했지만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 "잘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7년 이상 이어진 사건이다 보니 <오마이뉴스>는 보다 충실한 질의응답을 위해 교무팀에 서면질의서를 보내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 전남도립대 교무팀 관계자는 "구두로 하자"며 이메일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했고, 구두 질문엔 "답변 곤란하다", "잘 모르겠다"는 답만 반복했다.
김 전 교수 "표적·보복 해임" 호소
김 전 교수는 "성희롱 의혹 교수의 구명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피해 학생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나를 표적·보복 해임한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7년 동안 거쳐 온 '해임→해임 취소 판결(법원)→재임용 거부→재임용 거부 취소 결정(교원소청심사위)→재차 재임용 거부→재임용 거부 취소 판결(법원)'의 과정을 짚어보면 "법원 판결과 교원소청심사위 결정까지 무시하는 전남도립대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학생 4명의 진정을 토대로 한 김 전 교수의 해임 사유 중 하나는 '부적절한 발언에 따른 해교 행위'였다. 김 전 교수가 2014년 정부의 교원양성기관평가를 앞둔 학생들에게 학과 문제점 중 하나로 '성희롱 교수가 학과에 있는 점'을 적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교수의 해임처분취소 소송의 2심 재판부(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는)는 2017년 8월 10일 판결을 통해 "증인 ◯◯◯(진정을 낸 학생 중 한 명)의 증언만으로는 (그러한)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는 그 즈음 상황을 떠올리며 "2013년에 A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러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당시 교무처장에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학생 12명의 진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던 중 전남도립대 교수협의회가 A 교수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는데 "이를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실제 2014년 5월 초 전남도립대 교수협의회장 명의의 문자메시지에는 "교협 탄원서는 당사자인 A 교수님, 그리고 ◯◯◯·□□□·△△△·김애옥 교수님을 제외한 모든 교수님이 서명해주셨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참고로 전남도립대 전임교수는 40~50명 정도다.
한편 A 교수는 2014년 5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징계 권고'에 따라 7월 24일 해임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 중 일부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A 교수)에게 고소인(학생들)의 의사에 반해 위력으로 추행한다는 의사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혐의없음). 또한 A 교수가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도 법원은 그의 행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1·2심 A 교수 승소 후 확정).
재판부(1심 서울행정법원 제6부, 2심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 A 교수가 다수가 있는 장소에서 (중략)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 학생들이 2년 후에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그로부터 1년 3개월 후에야 A 교수를 고소한 점 ▲ 전남도립대가 조사 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점 등을 이유로 A 교수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후 전남도립대는 A 교수를 복직시켰다.
항변하는 대학 측 "시나리오", "왜 생채기 내나"
반면 잇따라 승소 판결문을 받아들고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김 전 교수는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을 돕고, 탄원서 서명에 거부한 것"을 자신의 해임 및 재임용 거부 이유로 꼽았다. 시민·여성·교수단체, 노동조합 등도 앞선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구제 절차를 도왔던 일과 구명운동에 불응한 것은 정당한 행위였다"며 "전남도립대는 법원 판결에 따라 김 전 교수의 복직을 즉시 이행하라"고 발표했다.
김 전 교수의 재임용 여부를 묻는 <오마이뉴스> 취재에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전남도립대 측은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판결 결과에 대한 법적 자문과 법리적 검토 후 재임용 절차 등 후속 조치 예정"이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는 전남도립대 이재진 교무기획처장(경찰경호과 교수), 김대중 전 총장(토목환경과 교수), A 교수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이 처장은 2015년 김 전 교수 해임 당시 진상조사위원장과 교원징계위원을 연이어 맡았다. 김 전 총장은 2015년 김 전 교수 해임 당시 교원징계위원이었고, 2017~2019년 두 차례의 김 전 교수 재임용 거부 당시 총장을 맡고 있었다.
이재진 처장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만약 대법원 판결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언론에 보도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왜 우리 대학에 생채기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표적·보복 해임' 관련 질의에도 이 처장은 "김 전 교수 본인이야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며 "해임과 재임용 거부 과정에서 제보가 있었던 것이고 의무대로 조사가 진행됐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전 총장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합법적 절차를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희롱 의혹 사건을 올바르게 잡으려다 핍박을 받았다는 건 '시나리오'다. 맞지 않다"라며 "2017~2019년 복직 절차 중에 (김 전 교수 논문·저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임용이 거부됐던 것이다. 학교도 억울한 면이 있고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김 전 교수 사건은 나와 관련이 없고, 자세히 알지 못한다"라며 "때문에 (김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 내가 말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법원에서 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김 전 교수 사건에 제가 거론되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남도립대를 관할하는 전라남도 희망인재육성과 측은 "(김 전 교수를) 재임용을 한다는 방향으로 8월 안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