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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토로평화기념관(왼쪽)과 복원한 함바집입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왼쪽)과 복원한 함바집입니다. ⓒ 박현국

15일 낮, 교토 남쪽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우토로는 일제 강점기 강제로 교토 비행장 공사를 위해서 강제로 끌러온 한반도 사람들이 전쟁 뒤 버려진 곳입니다. 처음 공사를 위해서 집단 거주시설을 지어 준 일본 정부는 전쟁이 끝나자 그 땅을 닛산자동차 공장에 팔아버렸습니다.

과거 우토로에 살던, 한국인들은 일본 정부와 닛산 자동차 회사와 길고 긴 투쟁을 벌였지만 허사였습니다. 결국 우토로 사람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시민 조직을 구성하여 모금운동을 벌이고, 기금을 모으고 우리나라 정부가 후원금을 내서 우토로 땅을 구입하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우토로에 살아 왔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곳을 떠날 수 없고 잊을 수 없다며 평화기념관을 지어서 삶의 기록을 남기고, 두나라 사람들에게 역사와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토로는 더 이상 우토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의 큰 파도 속에서 강제로 끌려와 험하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과 그들을 끝까지 팽개친 일본 정부, 그들을 외면한 한반도 정부와 수수방관하며 도외시 해 온 현실이 겹쳐져 있습니다.

아직도 일본에서 외국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올 4월 개관한 우토로평화기념관이 문을 열기 일곱 달 전쯤, 개관 준비 중이던 우토로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방화범이 붙잡혔습니다. 방화범 아리모토(有本匠吾, 22세)는 지난 달 7일 재판에서 '전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개관을 저지하기 위해서 불을 질렀다, 제가 불을 질렀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니케이신문 2022.6.8).
 
     일본 정부의 마을 정비 사업으로 살 집(사진 아래쪽)이 지어져 입주를 축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글(사진 위쪽)입니다. 아래 사진 왼쪽이 우토로평화기념 뒤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의 마을 정비 사업으로 살 집(사진 아래쪽)이 지어져 입주를 축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글(사진 위쪽)입니다. 아래 사진 왼쪽이 우토로평화기념 뒤 모습입니다. ⓒ 박현국
 
우토로 지역은 넓은 평지입니다. 원래 이곳은 동북쪽 시가현 비와코 호수에서 세타가와 강으로 흘러내린 물이 우지가와 강으로 바뀌어 흐르는 넓은 습지였습니다. 교토에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습지를 메워서 평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 말기 군수품 조달과 운반을 위해서 비행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전쟁 말기 부족한 일손을 저임금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한반도에서 끌어온 사람들을 집단으로 살게 하면서 비행장을 짓고, 공장을 짓는 데 동원했습니다. 결국 비행장은 다 짓지 못하고 전쟁이 끝났습니다. 이후 이곳은 미군 손에 넘어갔다가 다시 닛산 자동차 공장 부지가 되었습니다. 일부 땅은 지금도 일본 자위대 구보타 주둔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제 퇴거 위기가 닥치다 
 
          우토로평화기념관 개관 전 불이 난 우로토 마을 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 개관 전 불이 난 우로토 마을 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 박현국
  
우토로 지역은 1980년대 중반까지도 수도 시설이 없어서 우물물을 사용하거나 펌프 물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도시 기반 시설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습지를 메워서 만든 땅이라 큰 비가 내리면 물난리가 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결국 쫓겨날 처지에 놓였었습니다.

2005년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만들어지고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한일 시민 사회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토지 매입을 결정하고, 2010년 우토로 마을의 땅 약 3분의 1을 사서 강제 퇴거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 2016년에는 일본 정부도 마을 정비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토로 사람들과 뜻있는 일본 시민들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노력하고 협력하여 이제 우토로평화기념관을 완공했습니다. 일부 일본 사람들의 날카로운 차별의 눈초리와 혐오의 감정은 아직도 번득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려진 우토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 다가와 아키코(田川明子) 관장님(사진 왼쪽)과, 마침 자원봉사로 일하시는 가츠무라 마코토(勝村誠) 리츠 리츠메이칸대학교 코리아연구센터 센터장 교수님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 다가와 아키코(田川明子) 관장님(사진 왼쪽)과, 마침 자원봉사로 일하시는 가츠무라 마코토(勝村誠) 리츠 리츠메이칸대학교 코리아연구센터 센터장 교수님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 박현국
 
평화기념관 가는 법: 교토역에서 긴테츠(近鉄電車) 전철 '보통'을 타고 이세다(伊勢田) 역에서 내려서 걸어갑니다. 교토 긴텐츠 전차로 22분이 걸리고, 운임은 300엔입니다. 교토역에는 긴테츠 전철 나라 가시와라행 시발 홈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https://www.utoro.jp/ko/), 재단법인 우토로민간기금재단)https://www.utoro.jp/contact) 등을 참고했습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교토 우지시#이세다(伊勢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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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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