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용산 청사 공사를 영세업체와 수의계약 해 논란을 겪은 뒤 대통령실 관련 공사계약 정보를 모두 비공개 처리,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경남 양산 사저 신축을 포함한 경호처 발주 공사계약 정보를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수의계약한 경우에도 그 사유와 공사업체·공사금액 등을 공개했지만, 현 정부는 향후에도 관련 정보를 모두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19일 현재 조달청 '조달정보개방포털'을 통해 공공기관 공사 입찰공고 및 진행내역을 조회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 내 대통령경호처가 발주한 공사계약은 총 107건, 추정금액(아래 공사금액)은 159억 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은 총 78건, 관련 공사금액은 47억 800만원이었다.
이 중 '○○시설 전기공사' '○○시설 경비실 개보수 공사' 등 청와대 내부 공사로 추정되는 공사도 포함돼있었다. 해당 공사는 '○○기전', '○○산업' 등 업체가 각각 맡았고, 공사금액은 각각 7671만원, 7639만원이다. 두 공사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는데, 사유는 '소액'이었다. 이외에도 공사 현장이 서울시 종로구로 지정돼있어 청와대 내부 공사로 추정되는, '사무공간 환경 개선 공사' '정보통신 인프라 개선 공사' 등 관련 정보도 모두 공개된 상태다.
'매일 업데이트' 무색... 3월부터 대통령실 공사계약 '깜깜이'
이 밖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경남 양산 사저 공사 관련 내역도 해당 포털을 통해 모두 공개했다. 지난해 2월 공고된 뒤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체결된 해당 공사는 '○○건설'이 진행했고, 공사금액은 36억 2595만원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9일 대통령 당선 이후 7월 19일 현재까지 대통령실 관련 공사계약 입찰공고와 진행내역을 모두 비공개 처리 중이다.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 한남동 대통령 사저 공사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다누림건설'의 공사 등 극소수를 제외하곤 모두 '깜깜이' 상태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의 공사 입찰공고 및 진행내역 데이터의 업데이트 주기를 '일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늦게 입력되는 등의 사유가 아니라 대통령실 측이 임의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개방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공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이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는 점이다. 비공개 공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건설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실 공사계약을 비공개로 한 것은 100%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는 의미"라며 "입찰공고를 올리지 않고, 경쟁 입찰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한 입찰로 하더라도 일단 공고한 뒤 (공사) 실적 등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입찰공고가 없었다면 모두 수의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억, 16억...수의계약 요건 해당 안되는데 왜?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에서는 국가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천재지변, 작전상의 병력 이동 등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혹은 해당 물품의 생산자가 1인뿐인 경우 등이다. 또 추정가격이 4억원 이하인 공사(건설공사), 추정가격이 2억원 이하인 공사(전문공사) 및 기타 공사로서 추정가격이 1억6000만원 이하인 공사에 대한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앞서 시공능력 평가액이 3억원 수준의 신생업체 '다누림건설'이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간유리공사(6억 8208만원)를 맡은 다누림건설은 지난해 12월 설립됐고, 이후 수주한 관급공사는 3건, 수주액은 8300여만 원에 불과했다. 해당 업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상 수의계약 허용 조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낸 것이다.
더불어 대통령경호처와 16억 3000만 원 규모로 수의계약한 또 다른 업체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한 매출 부풀리기로 추징금을 징수당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공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업체의 경우 실제 등기상 등록된 주소지는 유령 사무실로 방치된 상태였다.
(관련 기사: 대통령실 16억 3천 수의계약 업체 직접 가보니...우편물만 쌓인 '유령 사무실'http://omn.kr/1zium)
이처럼 시공능력이 낮고, 업력이 짧은 업체나 회계 처리에 문제가 드러난 업체가 대통령실 공사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맡은 것도 문제인데, 이같은 상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공공 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특히 공공분야의 공사계약은 (민간 공사에 비해) 일정 부분 수익성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수익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수의계약으로만 진행하면 이런 사업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로 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부정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은 수의계약으로 하지 못하도록 국가계약법상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수의계약을 선별적으로 맺은 것에 비춰보면 대통령실의 공사에도 수의계약 할 필요가 없는 공사도 상당 부분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대통령실이 공사계약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만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의심하게 하고 '인맥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비공개' 방침 밝힌 대통령실
다누림건설의 공사수주가 논란이 된 지난 6월 대통령실은 '향후 발주하는 대통령실 리모델링 관련 추가 공사계약을 모두 비공개할 방침'이라 밝힌 바 있다. 공사계약 입찰공고와 진행내역을 모두 비공개 처리할 경우 경쟁입찰이 불가능하므로, 관련 공사를 모두 수의계약으로만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가 '앞으로도 대통령실 공사계약을 비공개로 체결할 예정인가'라고 질의하자 "아마 그런 것 같다. 비공개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19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