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인 내근직과 현장직을 모두 경험한 소방관을 관리직으로 우선 승진시키겠다는 내용의 인사규정 개정안에 일선 소방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무직 경험이 없는 80% 대원들 진급 길이 사실상 막힌다는 이유다. 기존 인사 규정에는 내·외근 경력 우대 내용이 없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일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사사무처리규정' 개정 의견조회 공문을 각 소방서에 전달했다.
일반적인 공무원 직제로 볼 때 5급(시청 과장급)에 해당하는 소방령 진급 심사 시 내근(사무직) 및 외근 경력이 4년 이상인 자를 우선토록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6급 정도에 해당하는 소방경으로 진급 시에는 내근과 외근 경력 3년 이상인 자를 우대하도록 했다. 7급 정도에 해당하는 소방위는 2년, 같은 7급이지만 소방위보다 한 단계 낮은 소방장은 내·외근 경력 1년 이상인 자를 우선 진급시키도록 했다.
일선 소방관들 모임인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경기본부(아래 소방 경기노조)는 20일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정원 비율이 대략 사무직 20%, 현장직 80%로 사무직으로 근무할 기회가 많지 않아 소방관 중에는 사무직을 경험하지 못하고 10년, 2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대로 규정이 개정되면 현장 소방관들이 승진에서 배제되는 것이기에, 개정안 자체가 현장 소방관들에게는 청천벽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소방관들은 우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과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소수 기득권 집단의 논리로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된 규정으로 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소방공무원,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 없이 사무직 배치"
정용우 소방경기노조 위원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방공무원들은 사무직-현장직 구분 없이 같은 시험을 보고 임용돼, 그중 일부가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에 상관없이 사무직으로 배치되는 시스템"이라며 "사무직 경험이 없다고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억울해 하는 대원들이 많아, 이대로 규정이 바뀌면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올 초 평택 물류창고 화재로 현장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 예방 차원에서 현장 경험이 많은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빗발쳤는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현장 대원 진급 길을 아예 막자는 내용"이라며 "이는 시대 상황(요구)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이런 계획이 있다는 것을 공문으로 알린 것일 뿐, 확정적인 계획은 아니"라며 "반대도 있지만, 직원들 중에는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청문회 등 여러 단계를 거쳐서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