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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불법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홍보업체에서 단속을 피해 주말마다 가로수, 전신주, 가로등 사이에 내거는 무더기 현수막과 찢겨 나뒹구는 현수막 쓰레기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관할 지자체 단속 공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오후부터 내거는 분양 광고 현수막은 마치 시위를 하듯 경쟁적으로 도로변 곳곳의 나무마다 나붙는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그랬는지 아니면 경쟁 업체에서 잘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한쪽 끈이 잘려나가 뒤집혀 바람에 나부낀다. 밤길을 걷다보면 마치 납량영화에나 등장할 듯 한 귀신의 치맛자락 같이 흉물스럽다.  
       
도시 미관 해치는 아파트 분양 홍보 불법 현수막들 단속이 어려운 주말마다 걸리는 현수막이 찢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다
▲ 도시 미관 해치는 아파트 분양 홍보 불법 현수막들 단속이 어려운 주말마다 걸리는 현수막이 찢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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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현수막들은 인도나 차도로 넘어져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차량 사고도 우려된다. 현수막에 연결된 끈과 막대에 걸려 사람이 넘어지거나 차량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일으킬 위험성도 크다.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마구잡이로 나뒹굴고 있어 등하굣길 어린이들을 위협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 현수막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도 마구잡이로 설치되어 있어 등하교길에 걸려 넘어질 우려가 있다.
▲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 현수막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도 마구잡이로 설치되어 있어 등하교길에 걸려 넘어질 우려가 있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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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들도 몸살을 앓는다. 선거철마다 겹겹이 걸리는 현수막, 지자체에서 주차단속을 알리는 경고 현수막,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각종 현수막 등으로 포승줄로 옭아매듯 칭칭 감겨 있어 보기만 해도 안쓰럽다. 봄이면 벚꽃으로 길거리를 화사하게 수놓는 벚꽃나무, 노랗고 예쁜 모양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은행나무, 잎이 넓어 한 여름 뙤약볕에 그늘이 돼주는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무분별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죄없이 포박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가로수 나무를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전월세 광고용 전단지는 표면이 매끈한 플라타너스나무가 전용 게시판이다. 빗물에 젖어 찢기고 바랜 전단지를 여러 차례 붙이고 떼어낸 자욱에 플라타너스나무 껍질은 마치 홍역을 앓은 흔적처럼 누더기가 되었다.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지역에 부착되는 현수막들은 관할 지자체에서 별도의 단속반을 편성하여 수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행 옥외광고법에는 불법 현수막을 지자체의 허락 없이 게시할 경우 한 개당 22만 원의 적지 않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량으로 부착하기 때문에 한 홍보업체가 보통 2000여만 원 내외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데 모 건설회사의 경우 단속 후에도 광범위한 지역에 대량으로 계속 부착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억대의 과태료가 부과된 적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정된 인력으로 인해 수거하고 돌아서면 어느새 다시 붙이는 게릴라식 불법 현수막의 설치를 막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도 들을 수 있었다.
 
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 불법 현수막 아파트 분양 광고가 아닌 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용이다.
▲ 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 불법 현수막 아파트 분양 광고가 아닌 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용이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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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광고로 착각한 일부 시민들은 현수막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가 엉뚱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근 주민 김아무개씨(47세)는 "평당 가격이 시세보다 싸게 적혀 있어 당연히 분양 광고인 줄 알았으나 주택조합 홍보업체가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가입비를 내고 조합원이 되면 착공 시점에 시세차익을 크게 벌 수 있다"며 조합원 가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딱지'를 사두었다가 전매 차익을 얻으라는 일종의 미끼 상품인 것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 수거 등의 단속 업무 외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불법이 불법을 낳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민공원 가로수 잘 가꾸어진 푸른 메타세콰이어 숲 길
▲ 부산시민공원 가로수 잘 가꾸어진 푸른 메타세콰이어 숲 길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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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가로수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온실가스, 자동차 매연 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면서 오늘도 메마른 도시에 녹색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음 세대들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 인간의 과욕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막아야 되는 책임이 있다.

부산시민공원의 푸르고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걷다가 아직도 꽁꽁 묶여 있을 가로수의 포승줄을 풀어 주고픈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게릴라식 불법 현수막#몸살 앓는 가로수들#분양 아닌 조합원 모집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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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고 찰나를 찍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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