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서산시우회(회장 안종미) '고행의 길~뿌리'가 지난 24일 서산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300여 명의 박수갈채와 함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이번 행사는 1945서산시우회원 25명 회원과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56-2호 내포앉은굿 조부원 예능보유자의 까메오 출연 합작품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출연진이 무려 100명에 이르는 대작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시조를 쉽고 재미있는 창극 형태로 새롭게 재조명됐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7-2호 내포제시조 박선웅 예능보유자는 인사말에서 "예술이란 각자의 환경과 분야에 따라 입장도 다르고, 색깔도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어느 분야는 인기가 많아서 공연만 잘하면 관객 걱정은 안 해도 시민들이 알아서 표를 사서 들어오는데 우리 시조는 자타공인 시조의 명창이라고 인정받는 실력임에도 입장이 많이 다르다. 우리 서산지역에 노력하는 시조 인들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시조는 우리 서산의 뿌리와도 같은 예술이니 서산시민 여러분께서 많이 아껴달라"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문화의 뿌리이자 충남의 정체성이다. 앞으로 좀 더 발전되기를 바래본다"고 기원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축사에서 "시조는 14세기경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정체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창작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이자 우리 가락"이라며 "단아한 음률의 시조는 생활의 멋과 풍요로움을 주고 서민들의 소박한 삶과 희로애락을 표현한 우리 전통문화이자 문화정신"이라고 했다. 또 "많은 시민이 참여한 이 자리가 우리 음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성일종 국회의원은 "1945서산시우회는 77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라며 "이번 공연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출연하여 함께 공생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축하를 보내왔다.
마지막 축사로 나선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56-2호 내포앉은굿 조부원 예능보유자는 "가무악극 형태의 창작극을 만들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시조인들도 참 외로운 길을 가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예능 보유자가 직접 대본을 보며 연기연습을 하고,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연구하는 모습이 꼭 내 맘 같아 동지애까지 생기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고행의 길~뿌리'는 1막부터 7막까지 이어져 있으며 내포제 평시조와 내포제 사설시조, 사설질림시조가 그 사이 사이에 들어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시조가 되려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이하는 안종미 1945서산시우회 안종미 회장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비인기 종목의 예술 시조...주인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달라
- '1945서산시우회'는 어떤 단체이며 창작극 '고행의 길~뿌리'는 어떻게 탄생됐나?
"시조를 연마하는 단체로 창단된 지 77년이 지난 30여 명 회원의 전통예술단체다. 일주일에 3회 가량 모여 시조를 연마하고 있다. 특히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7-2호 예능보유자이신 박선웅 선생님이 계승·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창극 '고행의 길~뿌리'의 탄생은 현대인들이 시조를 너무 어려워하고 듣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었다.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에게 우리 서산지역에 멋스러운 시조가 있음을 알려드리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 바로 이번 프로그램이다. '가,무,악,극' 형태의 창작 종합예술 '고행의 길~뿌리'로 인해 시조인들이 다시 한번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 출연진들이 무려 100여 명이 등장했다. 어떤 단체들인지 소개해달라.
"연극, 춤, 노래, 연주까지 함께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인들이다. 해미풍물단 27명, 남순여춤사랑 무용단 17명, 서산시종합사회복지관 민요반 20명, 서산시 석남동행정복지센터 민요반 18명 등이 출연했다. 그동안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해드리고 싶다."
- 새로운 창극 '고행의 길~뿌리' 내용과 함께 의미가 있다면?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다. 풍류객들이 정자에서 주안상을 앞에 놓고 시조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매료된 기생들이 시조를 배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함께 동네 아낙들이 장마당에서 좋은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기생들이 신세한탄을 하며 술타령하는 장면은 화려한 무대와 코믹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대사들로 인해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특히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 공연이 끝나고 난 후의 반응들은 어땠는지?
"연습할 때와 리허설할 때는 어설프기만 했던 아마추어 배우 100여 명이 막상 무대에 올라가자 어찌나 잘하든지 무대가 꽉찬 느낌이었다. 공연 중간중간 관중들이 박수와 호응을 해주시니 더 신이 나 대본에도 없던 애드립까지 치면서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것을 봤다. 그러다 보니 관중석에서도 수시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시간 이상의 공연이 다 끝난 후에도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아 제가 "아쉽습니까? 2시간 정도 더 할까요?"라는 멘트를 했고 "그러자"는 화답을 받는 헤프닝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공연을 마친 후 들리는 소문에는 "잘봤다", "너무 재미있었다", "대단하다", "아마츄어들이 맞느냐"라는 질문공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조는 이미 사양세에 접어든지 오래다. 그래도 한때는 지금의 트로트처럼 그 시대의 유행가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통문화예술을 보존하고 계승시켜보겠다는 생각을 평소 박선웅 예능보유자님과 함께 해왔었다. 앞으로도 우리 예술인들이 앞장서 문화예술계승과 발전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관중은 관중대로 비인기 종목의 예술이라도 우리지역의 정체성이니만큼 주인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좀 더 명맥을 이어가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