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대전지부와 세종지부가 이는 일방적인 탁상행정이며, 유아의 발달단계를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전교조대전지부(지부장 신정섭, 이하 대전지부)는 1일 성명을 내고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방안은 유아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비교육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아동 중 만 5세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시기는 학습보다 놀이와 사회성 발달이 매우 중요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는 것. 전문가들은 만 5세 아동은 교과 중심의 초등학교 1학년 40분 수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고, OECD 38개 회원국 중 만 5세 이하 입학은 4개국에 불과하다고 대전지부는 밝혔다.
대전지부는 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길 경우, 그만큼 교원 증원 및 학교 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교육부는 그에 대한 복안이 없다"며 "교육부는 날이 갈수록 저출산 추세가 가팔라져 3개월씩 4년간 입학생이 유입된다고 해도 생각보다 총 학생 수 증가는 크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지만, 농산어촌은 몰라도 수도권이나 대전 같은 대도시의 경우 극심한 과밀학급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부는 이어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시기를 포함한 학제 개편 문제를 '교육의 눈'이 아닌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여 '산업인력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며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졸속 학제 개편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교육철학의 부재를 입증한다"고 꼬집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은 역대 정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도 다시 이를 띄우고자 한다면 충분한 학계의 연구와 유치원 및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부터 거쳐야 하는데, 교육부는 교육체제 근간을 뒤흔드는 학제 개편안을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지부는 아울러 충분한 공론화 및 체계적인 준비 없이 학제 개편안을 밀어붙일 경우, ▲초등 1학년 하교 시각(오후 1시) 이후 돌봄 공백 ▲유아의 학교생활 부적응 ▲만 5세부터 경쟁교육 심화 ▲폭증하는 사교육 ▲2025년부터 4년간 해당 시기 입학 아동 및 학부모가 받게 될 불이익 등 심각한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전교조세종지부(지부장 이영길, 이하 세종지부)도 성명을 내고 "유아의 발달특성을 무시한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세종지부는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은 어떠한 민주적인 절차 없이 발표됐다"며 "특히 초등학교를 1년 앞당겨 입학하는 학제개편안은 학부모, 유아교육계, 초등교육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의사소통 과정도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졸속 추진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지부는 이어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이 필요한 어떠한 타당한 근거도 없다"며 "교육부는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함' 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지원했던 누리과정은 유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 질 낮은 정책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유아가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입학하는 것이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게 되는 길이라는 것이 증명된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오히려 OECD국가 대부분은 유아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만 6세 입학을 하고 있으며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은 만 7세 입학제도를 통해 유아시기를 충분히 누리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지부는 아울러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면서 " 취학 연령을 낮추어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사회에 진출시키겠다는 발상은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지부는 끝으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교육정책은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서 연구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한 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며 "교육부는 교육계와 온 사회를 뒤흔드는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에 대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고, 계획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이 같은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