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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일컬어 '진리의 상아탑(象牙塔)'이라 부른다. 글자대로 풀이한다면 코끼리의 어금니인 상아로 만들어진 탑이라는 뜻이 된다. 상아탑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의 의사요, 문예비평가인 생트·뵈브(Charies Augustin Sainte Beuve)였다. 그는 비니(Vigny Alfled Victor de) 등 당시 예술지상주의자(藝術至上主義者)들의 작품들을 논평하는 과정에서 속세를 떠나 자신의 예술과 학문만을 추구한 문학이 현실사회와 유리된 것이라 하여 상아탑 문학이라는 용어로 규정한 것이 이 용어 사용의 시초가 된 것이다. 

대학이 왜 상아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자 그대로 보면, 상아탑은 상아(象牙), 즉 코끼리의 어금니로 쌓은 탑이다. 간단히 말하면, 코끼리 무덤이다.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선조가 대대로 묻혀있는 무덤에 찾아가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 코끼리 무덤에는 상아가 무더기로 쌓여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거짓이다. 코끼리는 결코 코끼리 무덤에 찾아가 홀로 죽지도 않고, 가족들이 애도하며 주검 근처를 배회한다. 이는 사냥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코끼리를 죽이고 상아를 갈취한 밀렵꾼들의 주장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진리의 상아탑'이 '불의의 우골탑(牛骨塔)'이 된 현실

학위(學位)는 말 그대로 학문적인 지위이다. 어떤 한 분야의 학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이에 능통하다고 안정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극히 제한적인 칭호이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년간 국내외에서 학문적 연구에 혼신을 다해 얻어 내는 값진 성과물이다.

타인의 연구 논문이나 특허는 참고문헌이 될 뿐 자신만의 방법과 독창성에서 나온 연구 성과물이 오롯이 담긴 논문만이 비로소 어렵게 학문적인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이 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특허 내용 표절 논란을 받은 박사학위 논문(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과 황당한 영문 제목을 쓴 이른바 'Member Yuji' 논문(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등 3편에 대해서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한 학술지 논문(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는 '검증 불가' 판단했다.

국민대는 대학이 소개한 교육 이념과 비전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과 덕목에 관해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역량'을 윤리의식이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윤리의 의식의 부재는 물론, 대학 본연의 진리탐구를 외면하고  정의를 실현하지 않은 채 비윤리적 결정을 통해 스스로 '불의의 우골탑(牛骨塔)'임을 자인한 셈이다. 

법학계 국민검증단, '송곳검증'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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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지식개혁네트워크 우희종 상임대표(서울대  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지식개혁네트워크 우희종 상임대표(서울대 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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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공사립교수들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를 비롯한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한국사립대교수노조 등 13개 단체는 지난 5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불이 꺼지면 나라의 불이 꺼진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수년간 한국 교수·연구자 수 만 명이 총망라된 국공사립 교수단체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연구자 단체 13곳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논문에 대한 국민검증을 선언했다. 이처럼 특정 논문을 놓고 범 학계 차원에서 검증단을 만들어 활동하기로 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관련기사 [단독] 국민대 '김건희 논문 표절 봐주기'... 학계, 국민검증 돌입 http://omn.kr/203x6). 

우희종 서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는 "국민대의 이번 판정과 이를 '존중하겠다'는 교육부의 결정은 단순히 한 개인의 논문 문제가 아니라 연구윤리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검증단은 김 씨의 논문에 대한 검증은 물론 국민대와 교육부 결정 과정의 문제까지 검증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범 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부산대 교수)도 "검증단은 교수단체 대표와 학회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면서 "다음 주부터라도 곧바로 구성을 마무리해 기한을 두지 않고 검증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편 추미애 전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논문 표절 논란을 '유지(yuji) 논문 사태'라고 언급하며 "교수들이 시중 농담성 잡문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정도로 연구 윤리와 학자적 양심을 내팽개친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다. 이는 자칫 대학이 자율적 판단을 했다가 무서운 검찰 정권에 맞서게 될까 봐 회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국민*인 국민의 미래를 연다"?

이 같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은 단지 국민대가 내린 '판정 불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을 뿐 아니라 연구 윤리마저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진리 탐구와 최고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다시 '진리의 상아탑'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 학자들 또한 다시금 그 상아탑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학자가 정치와 타협하는 것부터가 자신을 부정하는 모순이기 때문이다. 진리는 정치와 타협하지 않는다.

'국민의 미래를 열겠다'는 국민대에는 그들이 캐치프레이즈로 내 건 '도전하는 국민' 대신 표절 논문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만이 국민으로 존재하는가!

#김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범국민검증단 표절 검증#사회대개혁지식네트취크#국민대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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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고 찰나를 찍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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