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가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추진하는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부산' 계획이 현행 법 위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까지 부산시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서 영어병기 계획" 등에 문체부도 '우려' 표명
12일 <오마이뉴스>가 관련 기관에 확인한 결과, 최근 문체부는 부산시에 "영어상용도시 계획 중 공문서의 영어병기 방안 등이 현행 국어기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지난 9일 박형준 시장 주재로 '제2차 부산미래혁신회의'를 열고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부산 조성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엔 하윤수 부산시교육감도 참석해 박 시장과 '영어상용도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시는 영어상용도시를 위해 '상용 공문서의 영어 병기' '도로 표지판과 공공시설물 영문 표기화' '영어 능통 공무원 채용 확대' '외국인학교 유치' '권역별 글로벌 빌리지(영어마을) 등 거점교육센터 조성' 추진 방안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 중 '공문서 영어 병기'와 '공공시설문 영문 표기' 등은 국어기본법 위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제14조에서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경우와 신조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한 공문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상 작성하거나 시행하는 문서는 물론 도면·사진·필름·현수막·안내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부산시가 추진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영어상용화 정책은 현행 국어기본법 위반 가능성 또한 무척 크다"면서 "시민들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것이 뻔한 영어상용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전국국어교사모임 등 70여 개 국어단체가 모인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지난 3일 성명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를 다루는 공공언어에서 영어를 남용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외국어 약자의 자존감을 짓밟는 결과가 뻔히 보인다"고 비판했었다.
부산시 "국어기본법 검토 못해...무리가 있어 (다시) 검토"
이와 관련 부산시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내부적으로 국어기본법 관련 조항을 검토하지는 못했다"면서 "우리도 영어상용도시 계획을 당장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정책 같아서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문체부의 사업 제동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