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국가폭력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구체적 진상이 드러났다. 사망자는 애초 알려진 것보다 많아졌고, 부산시와 부산경찰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피해생존자들은 추가 사과와 대응을 촉구했다.
"부산시·경찰 등 모든 기관이 축소·은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한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조사개시를 의결하고, 진실규명에 나섰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24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형제복지원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진화위의 발표는 "신청 사건에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규명됐다"로 요약된다. 위법한 조처를 배경으로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화위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경찰 등의 사건 가담을 함께 언급했다. 형제복지원은 당시 10여 년간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무작위로 피해자들을 입소시켰다. 그 인원만 3만8천여 명에 달한다. 현장에는 폭행 등 가혹행위와 성폭력이 만연했다.
그런 사이 죽어 나가거나 실종된 사람도 속출했다. 이날 진화위가 확인한 공식 사망자는 기존 552명이 아닌 657명. 수집된 증거 등을 통해 피해 숫자는 더 늘어났다. 이 사건에서 지자체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거들고, 방조·은폐한 가해기관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진화위는 정부와 국회뿐만이 아닌 부산시를 향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권고문의 네 번째 문항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시의 조직이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이에 적합한 예산, 규정,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8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던 부산시는 다시 한번 대책을 강조했다. 시 민생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미 기존에 진행해 온 것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지원 사업도 있다"라며 "앞으로 진상규명위를 열어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생존자 단체는 경찰도 침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화위 발표 이후 부산경찰청이 관련 의견을 본청에 전달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과 부산시와 달리 가해의 한 축이었던 경찰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낸 적이 없다. 한종선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잘못된 국가폭력에 대해 부산경찰청과 경찰청도 직접 나서서 사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국가를 명시했지만, 지역으로 보면 당시 부산시와 경찰의 책임이 크다. 제대로 된 사과와 조처가 뒤따라야 피해자들의 억울한 시간이 씻겨나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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