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양촌 응제시'를 비롯해 5종 179점의 지정 문화재를 포함한 진양하씨 창주공파 담산종중 고문헌 5000여명이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에 맡겨졌다. 일부 자료는 도난 당했다가 되찾아 기증된 것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경상국립대는 25일 오후 고문헌도서관에서 '진양하씨 창주공파 담산종중의 고문헌 기증‧기탁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종중대표 하택선 오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경향 각지에서 진양하씨 창주공파 담산종중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종중 대표가 보물로 지정된 '양촌 응제시'를 대학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기증 고문헌 중에는 5종 179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귀중한 자료가 많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양촌 응제시'(보물 제1090-2호) 등이 포함되어 있어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최초로 소장하게 되었다.
'양촌 응제시'는 명나라 태조가 양촌 권근에게 지어준 시 3수와 명나라 태조의 명에 의해 지은 응제시 24수를 모아 권람이 주석을 붙여 세조 8년(1462)에 목판본으로 간행한 것으로 인쇄 상태가 매우 정교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희귀본이다.
이 외에도 효행 관련 문헌 31점(유형문화재 제408호), 고문서 83점(유형문화재 제409호), 관포시집 1점(문화재자료 제348호), 창주집 책판 63점(문화재자료 제349호) 등 문화재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신용민 경상국립대 교학부총장은 "경남지역 고문헌이 한곳에 모여 체계적으로 보존 연구될 때 우리 종중,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라며 "종중에서는 대학에 고문헌을 기증·기탁하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고문헌도서관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문선옥 고문헌도서관장은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기증·기탁 받은 고문헌을 소중히 보존‧관리하겠다"라고 밝혔다.
하택선 종중 대표는 "그동안 경남에는 고문헌을 맡길 변변한 기관이 없었다. 한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관리를 맡겼다가 찾아와서 문중에서 관리하였는데, 도난당하였다가 되찾기도 하였다"라며 "이제 경상국립대에 고문헌을 관리하는 훌륭한 시설이 있어 우리 종중의 고문헌을 기증하게 되니, 우리 종중의 고문헌이 있을 곳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필 명예교수(한문학)는 "진양하씨 창주공파 종중은 경남의 대표적인 문중으로 남명학파의 계승과 선양을 위해 성심을 다하였다. 또한 8대에 걸쳐 대대로 문집을 남기는 등 학문이 끊어지지 않은 문중이다"라며 "300년간 문중 대대로 이렇게 많은 고문헌을 잘 보존 관리한 문중이 드물 것이다"고 했다.
이 명예교수는 "담산종중의 고문헌을 살펴보면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경남의 생활상과 사상의 흐름 등을 총체적으로 살피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